매거진 구구절절

17. 대화

20170403_am10:38

by 강민선

어린이 독서 동아리 모임을 하는 토요일 오전이었다. 모임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어가서 초등 2학년이었던 아이들이 쪼르르 3학년이 되었다. 평소에도 도서관에 자주 오는 아이들이어서 편하고 자유롭게 진행하던 와중에 준비해둔 과자를 다 먹어버렸다. 아이들이 더 달라고 했다. 이제 없어. 이거 도서관에서 주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이거 내가 사온 거야. 도서관은 돈이 없어. 선생님 여기서 월급 받잖아요. 그걸로 과자 사면 되잖아요. (이 부분에서 난 너무 놀랐어.) 그럼 난 뭐 먹고 살아? 엄마아빠한테 사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난 결혼을 해서 이제 부모님한테 사달라고 할 수 없어. 선생님 남편한테 사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아이들 이구동성으로) 맞아요. 남편한테 사달라고 하고 선생님 돈으로 과자 사면 돼요. (아, 이럴 수가) 얘들아, 요즘은 결혼했다고 남편한테 사달라고 하지 않아. 다 각자 자기가 벌어서 살아야해. (각자도생, 이런 게 교육이지) 아닌데, 우리 엄마는 그냥 집에 있는데. 아빠가 다 사주는데. 좋겠다, 부럽다라고 말하려는 걸 참았다.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출근하기 싫고 일이 힘들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남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고 싶은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럴 수도 없고. 집에 있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다 맡아서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럴 수도 없지만. 요즘은 예전과 달라서 엄마 아빠 구분 없이 다 밖에서 일하고 안에서 돌보는 이미지일 줄 알았는데 아직도 아이들 눈에는 현격한 구분이 서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각인되도록 어른들이 살고 있고. 하지만 이 또한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니 아이들에게 어떤 삶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자도생, 제각기 살아가는 방법은 다 다르니까. 자신의 자리에서 역량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사는 거다. 밖에서든 안에서든. 내가 그렇게 살고 있나? 그걸 고민해볼 일이다. 괜히 잘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화풀이할 필요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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