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2_pm04:50
쉬는 평일, 날이 좋아 이불을 빨아 널어두고 낮잠을 자다 일어나서 집을 나왔다. 망원시장에서 쑥떡 한 팩을 사고 좀 돌아다니다가 부부카페에 들어왔다. 아이스라떼를 마실 생각으로 집을 나섰던 거였는데 걷다보니 바람을 하도 맞아서 따뜻한 라떼를 주문했다. 여긴 커피가 안 쓰고 맛있다. 언제부터인지 안 쓴 커피=맛있는 커피가 되었다. 콜드플레이 내한 기념 때문인지 들어올 때부터 그들의 노래가 연이어 들리고 있다. 크리스 마틴 목소리는 독특해서 딱 들으면 안다. 예전에 하도 많이 듣기도 했고. 내한공연을 언제 하나 목 빠지게 기다린 적이 있었다. 한창 싸이월드를 하던 무렵엔 배경음악과 사진첩을 콜드플레이로 도배하기도 했었다. 그 멋지고 유명한 사람들이 이 작은 한국 땅에 오겠어? 서울에 사는 이 작고 못생긴 여자애 소원을 들어주겠어? 하는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내심 바라고 있었다. 바라는 사람이 나뿐인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로부터 자그마치 9년. 그들이 다음 주면 서울에서 공연을 한다. 이럴 수가. 왜 이럴 수가냐고? 지금 나의 마음이 9년 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9년 전이었다면 만사 제치고 그들을 만나러 갔을 텐데, 그들이 온다는데도, 심지어 표가 생긴 친구가 같이 보러 가자는 말을 했는데도 시큰둥한 내가 너무 낯설어서 이럴 수가다. 4월 16일은 두 번째 속초 여행(첫 번째 때 가지 못했으니 사실상 첫 번째) 계획을 세우고 숙소까지 예약해둔 상태였다. 공연에 가려면 여행을 취소해야 했다. 여행이야 다음에 갈 수 있지만 콜드플레이는 이번 아니면 못 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렇게 좋아했는데도? 자문해보지만 자리를 박차고 달려가고 싶던 예전의 마음은 예전의 마음일 뿐이라는 사실만 알아차리게 된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변했다. 돌아가고 싶으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조용히 고개를 젓고 싶다. 음악은 음악일 뿐인데 무엇을 경계하는 거지? 나도 모르겠다. 마음만이라도 좀 돌아가면 어때서? 그렇게 잠시라도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음악이 주는 마술 아니겠어? 아니, 그러고 싶지 않다. 속초에 반드시 가야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계획된 일정이 있고, 그것을 변경하면서까지 돌아가고 싶은 생각 없다. 그리고 꼭 그 자리에 가야만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진정 음악이 마술이라면 일상 어느 곳에서도 불현 듯 그게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전히 카페에는 콜드플레이가 흐른다. 몇 번째 곡인지도 모를 정도로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 흔들어 놓고 있다. 많은 것들이 생각나면서 슬퍼지다가 괜찮아지다가 아무렇지 않아지다가 뭐라도 해야겠다 싶다가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커피 한 모금. 공연은 참 멋있겠지만, 나처럼 그 시절의 좋은 추억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모이겠지만, 그걸 잠자코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