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구구절절

32. 사진

20170425_am12:56

by 강민선

아버지가 일했던 가게의 모습을 혹시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서울 지도’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생지도와 항공지도를 번갈아 보며 서른 무렵에 서너 번 정도 가보았던 가게의 위치를 추적했다. 생활지도야 위치만 가늠할 수 있는 정도여서 항공지도를 확대해보았는데 항공지도라서인지 지붕밖에 안보였다. 긴가민가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르겠더라. 초록빛 옥상과 주변으로 뻗은 도로는 다 거기가 거기처럼 보였다. 좀 더 밀접한 거리에서 찍은 사진은 없을까? 구글 검색창에 아버지의 가게 이름을 쳐 보았다. 나왔다. 설마 하면서 이리저리 돌려보는데 예전에 보았던 아버지의 가게 형태가 그대로 있는 것이다. 세상에나. 유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놀랍고 신기했다. 혹시나 그 안에서 일하고 있을 아버지도 찍혔을까 유심히 보았지만 그 모습까진 없었다. 하지만 확실했다. 위치도, 간판의 이름도, 모양도, 인쇄된 전화번호까지. 순간이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아버지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과거로 돌아갈 순 없지만 이제부터라도 전화 자주 하고 안부 자주 묻고 좋은 생각 많이 하고 좋았던 기억 많이 떠올리고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좋은 추억 많이 만들면 된다고. 아,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내가 찍어 놓은 사진이 없을 땐 타인의 사진을 모으는 것이다. 주소나 위치를 공고 낸 다음 사진이나 다른 기록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공유를 부탁하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사건 관련 제보를 받는 것처럼. 그 사진이 보고 싶다! 예전 을지로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둔 사람에게서 연락이 오고, 그 사진 속에서 지금은 사라진 아버지 가게를 발견하고! 각 지역별, 장소별, 시대별 사진을 모으는 사이트를 개발해보자고 남편에게 말했다. 누가 만들어? 전문가를 부르자! 돈은? 언제나 귀결되는 돈 문제. 하지만 퍽 재밌고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자평하며 이만 자야겠다. 구글에서 아버지의 오래된 작은 가게를 찾아낸 것만으로도 만족스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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