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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민 Apr 14. 2021

우리 회사만의 조직문화를 위해 고민해야 할 세 가지

데이원컴퍼니(구 패스트캠퍼스)의 경험으로 설명하는 조직문화 접근법

(Update, 2022.05: 이 글을 쓰던 시점(2021.04)에 사명은 패스트캠퍼스였으나, 약 한 달 뒤에 데이원컴퍼니로 사명을 변경하였습니다. 참고삼아 덧글을 달아둡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조직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정의하고 활용하기 때문인지, 어떤 명확한 합의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는 조직문화를 "조직의 가치관과 성격"이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의 가치관과 성격은,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그것과 같은데요.


조직의 가치관은 조직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선택하는 기준입니다. 원래 가치관은 합리라기보단 신념에 가깝습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냥 옳은 거거든요. 때문에 가치관은 누구에게나 강요할 수 없고,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로 나뉘게 됩니다. 조직과 기업의 가치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Life-changing education을 모토로 삼은 패스트캠퍼스는, 교육을 통해 사람들의 커리어와 인생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교육이 무슨 쓸모가 있어? 일 열심히 하면 실력은 저절로 느는 거야"라고 믿는 사람도 있는데요. 이런 사람이 패스트캠퍼스에 들어오면 적응하기 힘든 투덜이 스머프가 됩니다. 그렇다고 그가 일 못하는 사람, 혹은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패스트캠퍼스와 맞지 않는 사람일 뿐이죠.


대학원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선택을 한 대학원생들이 문제일 뿐.


조직의 성격은 조직의 행동 경향성입니다. 성격이란 "(과거의 이 사람의 행동을 통해 유추해 볼 때) 이런 상황에서 요런 결정을 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경향성이니까요. 행동의 추세선이랄까요.


지금까지 패스트캠퍼스가 해 온 일들의 총합이 현재 패스트캠퍼스의 성격을 규정짓습니다. 성격을 바꾸고 싶다면? 앞으로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을 내릴 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때문에 성격은 가치관에 어느 정도 종속적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가치관)에 맞춰 행동합니다. 조직도 마찬가지로 그 조직이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핵심가치)에 맞춰 움직이게 되어있습니다. 조직이 일 하는 방식 혹은 조직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보면, 이 조직의 성격과 가치관도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사실 방법 자체는 간단합니다. 1) 핵심가치(=조직의 가치관)를 정립하고, 2) 이에 맞춰 실행(=성격 만들기)을 하면 됩니다. 2번은 생각 외로 쉽습니다. 여러 가지 의사결정기준, 일하는 방법, 커뮤니케이션 룰, 인사정책, 복지제도 등등이 모두 "조직의 성격"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니까요. (일정 부분은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에 우리의 핵심가치를 잘 녹여내게 되면, 구성원들은 우리 조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됩니다. 구성원들이 일관성 있게 "우리스러운" 결정들을 하게 되겠죠.  배민의 "배민다움",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 등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요?


외려 (패캠을 포함해) 대부분의 조직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는 (실효성 있는) 핵심가치를 정립하는 것입니다. 나부터 주니어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핵심가치를 만드는 일은,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핵심가치를 정립할 땐, 반드시 아래 세 가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회사는 그가 속한 업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내가 속한 업의 특징, 내가 거스를 수 없는 원칙들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과거 패스트캠퍼스 핵심가치 중 하나였던 "일단 실행"을 예로 생각해볼까요? 오프라인 교육업은 기본적으로 CapEx(Capital Expenditures, 자본적 비용. 제조업의 경우, 생산을 위한 공장 설비 투자비 등)가 매우 적습니다. 하나의 교육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재료는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기 때문에, 생산에 필요한 CapEx가 타 산업과 비교해 보면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심지어 고객으로부터 돈을 먼저 받고 비용을 나중에 내보내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안정적인 cashflow 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업에서는 꼼꼼한 기획, 또는 risk management가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들여 꼼꼼하게 디테일까지 모두 고민해서 론칭하는 것 보다는, 강력한 핵심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어떻게든 빠르게 판매를 시작하고, 고객의 피드백에 맞춰 상품을 변경해 나가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그야말로 "일단 실행"한 후, 제대로 측정하고 회고하고 수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반대로 제조업이나 건설업, 조선업, SOC 등은 꼼꼼한 기획과 risk management가 매우 필수적입니다. 기획 과정에 길게는 수년을, 크게는 수십억의 비용을 들입니다. 왜냐하면 상품을 런칭하기까지 필요한 자본비용(공장, 설비 등...)이 수십~수백억 이상인 데다, 기간도 수년 이상이기 때문이죠. 단 한번의 성패가 회사의 흥망을 결정하는 이런 업에서 "일단 실행"같은 이야기를 하다가는 망하기 십 상일 겁니다.


최근 들어 패스트캠퍼스의 "일단 실행"이라는 가치는 "깊은 고민, 빠른 실행"으로 변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온라인 부문이 사업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업의 환경이 많이 변화했기 때문이죠. 온라인 인강은 오프라인과는 달리, 비용 집행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강의를 선 촬영한 후에야 판매가 시작됩니다. 촬영비와 강사료를 포함한 대부분의 강의 제작 비용을 모두 지출한 후에야 시장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죠. 반응의 정도에 따라 강의를 변경 제작하기도 어렵습니다. 때문에, 오프라인 교육업에 비해 훨씬 더 꼼꼼한 기획이 필요합니다. (물론, 여전히 제조업 등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것이 사실입니다.)


신규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도의 규모가 불과 몇천만 원 수준이었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이제는 신규사업 시도 하나하나의 규모와 무게감이 가볍지 않습니다. 최대한 가볍게 시도하고 실패의 여파를 줄이려 노력하지만, 예전에 비해 더 조심스러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여전히 앞서 말한 제조업 같은 CapEx가 큰 업종들보단 덜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선제적인 기획과 고민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에 맞춰 핵심가치도 변화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지금 현재 우리 회사의 "우리"는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창업 초기의 "우리"는 창업자들입니다. 그들의 가치관,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 바로 회사의 가치관과 일하는 방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가 점점 커지고 모든 의사결정을 직접 내릴 수 없는 상황이 생기게 되면, 이 "우리"라는 개념에 창업자 이외의 사람들 - 핵심 신규 구성원들 - 이 포함되기 시작합니다. 그들에 의해 핵심가치는 조금씩 변화해 나갑니다.


패스트캠퍼스의 창업 초기 멤버들은 박지웅 의장님과 저, 그리고 몇몇 패스트트랙아시아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4년 동안 6개의 사업을 직접 벌이거나 인수한 박 의장님, 그걸 서포트하던 패스트트랙아시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일단 실행하고 회고하고 수습하는 린한 방식이 몸에 배어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패스트캠퍼스의 핵심가치들 중, "일단 실행"은 여기서 파생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갔고, 창업 5년 차 이후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lead 이상 직급들이 늘어나면서 조직의 색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결정들의 경우 대체로 합리적 직관을 중심으로 결정하는 기존 경영진과는 달리, 보다 논리적이고 리스크를 컨트롤하고자 하는 인재들이 섞여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더 커진 회사를 지탱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 우리 회사가 어떤 것을 하찮고 쓸모없게 여기는지 알아야 합니다.

가치관은 보통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것들을 정의할 때 더더욱 명확해집니다. 한두 개를 극명하게 선호/불호할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 쉽게 자리잡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다수 기업들의 핵심가치가 우리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들에게 어떤 게 중요하고 어떤 게 쓸모없는지 극명하게 대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핵심가치가 그냥 "좋은 이야기들의 합"처럼 느껴지는 순간, 적당히 좋은 게 좋은 것이 되어버립니다.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 매우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자유와 책임”을 자랑하는 만큼, "성과로 증명하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애플의 "Think Different" 멋진 이유는, " 높은 성취"를 위해 "예의와 눈치를 버리길"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회사의 가치관을 정의할  "우리는 어떤 가치를 가장 쓸모없다고 생각하는가"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느끼는 점이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조직문화란 없습니다. 우리의 조직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의 조직문화를 치가 떨리도록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안 좋은 것은 무관심이겠죠.)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가장 우리 다운 조직문화를 정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다운 조직문화는 시장과 회사가 변화함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어야 하고, 회사는 이를 구성원들에게 꾸준히 일관성 있게 전달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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