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킹맘 Jun 03. 2020

워킹맘과 연하남편

이런 분들께 연하 남편을 강추합니다!!

처음부터 연하남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우스갯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 연상 중에 인연을 찾지 못하고, 동갑 중에 인연을 찾지 못하다 보니, 연하까지 내려왔다'로 말할 정도로 연하남은 나에게 멀고도 먼 존재였다. 그러다 결혼 적령기에 나보다 한 살이 어린 지금의 남편을 우연히 소개받고, 만나보니 괜찮아서 결혼까지 직진했는데, 살다 보니 '나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라면 연하 남편이 찰떡같이 잘 어울릴 것이라는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고 지금은 어쩌다 보니 연하남의 좋은 점을 이곳저곳에 소문을 내고 다니고 있다. 물론 연하남이 다 똑같을 순 없으며, 연하남들 중에서도 연상남들 못지않은 고전적인(?) 성격의 소유자들도 있으니 참고만 하시라.


티브이에 나오는 연하남의 이미지는 대체적으로 "귀엽다. 사랑스럽다. 애교가 많다.."인 것 같은데, 사실 남편으로써의 연하남은 그런 것과는 좀 거리가 멀다. 모름지기 남편은 이전의 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인생이라는 무인도에 나와 함께 뛰어내려야 하는 동반자인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애교가 많은 것이 동반자적 관점에서 볼 때 매력적인 포인트는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내가 직접 살아보고 나서 발견한 연하남의 가장 큰 매력은 '나를 존중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우리 부모님 세대를 지켜보면서 절대 이해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가, 남편이 아내를 아이 다루듯 한다는 점이었다. 당시만 해도 남편이 사회활동을 하고 아내는 가정을 돌보는 것이 보편적이었고, 남편이 연상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보니 남편이 가정생활 밖의 사정에 대해 조금 더 잘 알았고, 이를 바탕으로 남편에게 비교적 많은 결정권이 부여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는 남편에게 지켜주고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아내의 말은 그저 받아주거나 참고하는 정도에 불과할 뿐 남편들이 '당신이 뭘 알아'라는 태도로 아내를 무시하기 일 수였던 것이다. IMF 때 실직 사실을 아내에게 말하지 못해 놀이터를 전전긍긍했던 가장들을 생각해보면 그들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웠을 것이며,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아내는 얼마나 속상하고 복창이 터졌을지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힘의 균형이 남편에게 쏠리는 것은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곤 했다. 물론 당시에도 아내를 동반자로 여기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사결정을 내리던 선구적인 가정도 있었을 것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많은 암탉들이 스스로 울기를 포기하던 시절이다 보니, 아내들도 스스로 본인의 역량을 감추고 자제시키며 억울한 마음을 품고 견딜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많이 격변했다. 요즘은 여자들과 남자들과 동일하게 교육을 받고 사회활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다양한 분야에 있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또 내기를 원하게 되었다. 단순히 살림이나 아이의 교육에 관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소득의 창출, 재테크, 정치적 성향, 남편의 커리어에 대한 조언 등에 있어서도 자신의 의견을 활발히 제시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아직 전 시대적 사고에서 현 시대적 사고로 넘어오지 못한 남편들의 시대착오적인 발상도 간혹 마주하게 되는데, 맞벌이를 하기 원하면서, 아침밥은 꼭 아내가 차려줘야 한다는 남자들이나, 아내가 공부는 많이 하길 원하면서 내 말에 토 달지 말았으면 하는 남자들의 출현이다. 본인만큼 활발하게 자라온 여자들과 결혼하면서, 본인의 엄마만큼 조신한 모습만을 기대하고 있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그런 남자들이 반드시 나이에 따라 분포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연상남이 모두 그러리라는 법도 없고 연하남이라고 해서 모두 그렇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나이라는 것이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연하남편의 경우 자기보다 더 많은 또는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은 여자를 배우자로 맞이하다 보니, 여러 측면에서 아내의 이야기를 좀 더 귀담아듣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비슷한 직역에 있거나, 가정환경이 비슷할수록 아내를 '내가 책임져야 하는 존재' 보다는 '내가 마음을 털어놓고 상의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긴다. 여권 신장이 남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순간이다.


또한 예전의 아내들이 나이 차이가 좀 나더라도 연상남을 선호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을수록 수입이나 자산이 소위 안정적이라는 점이 컸을 것이다. 30대 중반의 여성을 기준으로 봤을 때 30대 초반의 연하남과 30대 후반의 연상남을 놓고 비교하면, 수입에 있어서는 입사 및 승진시기에 따라 사원 또는 대리 정도에 불과한 연하남보다는 낮아도 과장 승진이 빠르다면 차, 부장도 바라볼 수 있는 연상남이 경제적으로 훨씬 우세할 것이며, 연상남이 재테크라도 시작했다면 자산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이는 수입이 발생하는 시기의 차이에 불과할 뿐, 총량과는 무관하다. 연하남도 능력만 출중하다면 언젠가 승진할 것이고, 연상 아내의 혜안을 빌어 조금 더 일찍 재테크를 시작한다면 동일하게 30대 후반으로 들어갔을 때, 못지않은 아니 더 큰 경제적인 성취를 이루어 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인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예정인 여자, 남편의 성장을 응원하며 기다려줄 수 있는 여자, 무엇보다도 본인의 의견이 존중받고 남편과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즉, 대등한 부부관계 및 파트너십을 꿈꾸는 여자분들께, 지극히 주관적인 내 경험에 대한 지극히 객관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연하 남편을 적극 강추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결혼이 무슨죄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