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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by 워킹맘

시대가 바뀌면서 요즘에는 '워킹맘'하면, 뭔가 능력 있는, 멋진 느낌을 가지는 것 같지만, 이러한 능력이나 멋짐이 일도 안 통하는 대상이 있다. 바로 '내 새끼는 누가 돌보나'가 가장 걱정인 분들.. 바로 시어머님들이다.


이전 시대의 워킹맘들은 주로 생계를 위한 워킹맘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생활비 걱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굳이 일을 할 이유가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리어를 위해 일을 계속하는 워킹맘에 대해서는, 가정보다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독한 여자'와 같은 인식이 강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 속에서 한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이, 요즘 워킹맘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운 좋게도 나의 시어머님은 워킹맘이셨다. 그래서 워킹맘의 스케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시고 오실 때마다 청소며, 빨래며, 요리며 있는 힘껏 도와주시려고 하신다. 이런 시어머니를 나도 참 좋아하지만, '내가 일하는 이유'까지 공감하시기는 어려우신 것 같다.


얼마 전, 집에 퇴근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곤히 늦은 낮잠을 자고 있던 둘째 딸이 깨서 잠투정을 사납게 했다. 안아서 달래도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고, 안아줘!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계속 울었다. 마침 시어머님이 오신 날이었는데, 시어머님은 이미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셔서 "큰 애가, 자기는 커서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하더라. 자기가 일을 나가면 남아있는 아이는 얼마나 슬프겠냐며.." 라고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한동안 유체 이탈하여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1) 왜 그랬을까, 2) 내 잘못일까, 3) 어떻게 해야 할까.. 시어머님의 사고 과정은, 1) 엄마가 그리워서, 2) 엄마 잘못은 아니지만, 엄마들이 일해야 하는 현실 탓이고, 3) 엄마가 기회가 되면 일을 그만두고 집에 있는 게 좋다.. 정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시어머니는 일하는 나를 늘 안쓰러워하신다^^;;)


하지만 나의 사고 과정은 조금 달랐다. 1) 엄마가 보고 싶어서(원래 엄마는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2) 아직 아이가 일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런 것이니 누군가의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며, 3) 엄마의 일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고 함께 있는 시간에 더 잘 놀아주면 된다.


기본적으로 생계형 워킹맘들은 성취형 워킹맘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지난 30년을 공부해왔다. 그리고 이 일을 함으로써 내가 이루어갈 30년이 내 앞에 있다. 나에게 직업은 이 달의 월급을 대가로 회사에 바치는 노동력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나의 인생을 풍요롭고 흥미롭게 만들어 가는 수단이자 목표이다. 따라서, 육아 때문에 일을 조금 줄이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지언정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해봤다. 적어도 내가 꿈꿔왔던 삶을 포기하는 정도의 데미지가 있는 것이다.


점점 더 어렵고 바쁜 일을 찾아가는(?) 며느리를 보면서, 시어머님은 며느리도 아들도 손주들도 안타깝다고 느끼시겠지만 그저 요즘 아이들은 그렇게 살더라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어떨까. 가정을 돌보기 위해서 가정에 남아있거나, 피치 못해 직장에 나갔던 그 시대가 아닌, 직업을 통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자아를 찾아가는 요즘 시대에서 적어도, 내 경우에는 나는 일하고 싶어서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일찍부터 어린이집도 보내고, 집은 엉망진창에 외식도 자주 하지만, 일과 육아 사이에서,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듯 즐거운 고민과 선택 속에서 매일매일을 살아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이라서 더 즐겁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면..그냥 내버려 두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