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하던 해였다.
4수째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해는 힘들지 않았다.
공부 과정도, 1차 발표 전도, 최종 발표 전도
마음이 이상하리만큼 편했다.
안 될 것 같다는 불안도 없었고
반드시 된다는 확신도 없었다.
그냥,
될 것 같은 느낌.
괜히 편안한 그 감각.
이번에도 비슷했다.
발령 결과에 따라
집에서 먼 학교로 갈 수도 있는 상황.
주변에서는 다들 걱정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놓여 있었다.
어디로 가든
괜찮을 것 같았다.
결과는,
집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
시설도 괜찮고
학교 환경도 무난했다.
이전 학교를 정리하며
하나만 마음에 새겼다.
대체불가한 ‘린치핀’이 되자.
튀지 말고, 밀리지 말고,
없으면 불편한 사람.
그런데 말이다.
학교가 확정되자
갑자기 긴장이 올라왔다.
어떤 업무를 맡게 될까.
괜히 힘든 자리로 빠지진 않을까.
새로운 교무실, 새로운 얼굴들.
처음부터 너무 웃으면
일이 더 몰리진 않을까.
괜히 머리가 복잡해졌다.
술 생각이 났다.
그래.
긴장된다.
걱정도 된다.
이게 정상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안다.
잘하든, 못하든
결국 나는
내 흐름을 만들 거라는 것.
그래서 준비한다.
월요일,
학교에 먼저 가서 인사하고
교무실이랑 체육관 둘러보고
업무 노트북부터 챙길 생각이다.
업무는 아직 모르지만
원칙은 정해놨다.
바꾸려 하지 말고,
순응하고,
적응하자.
학생들 길라잡이도 다시 손보고
수업 준비도 차근차근.
9년 만에 다시 중학생이다.
고등학생들은 든든했지만
중학생들만의
그 귀여운 에너지는 덜했다.
오랜만에
그 에너지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준비는 끝났다.
곧 보자.
오늘도 몸과 마음을 훈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