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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스트옙스키 Aug 05. 2022

무신론자의 시쓰기

 유신론자들이 무신론자보다 시를 잘 쓰는 것 같다.

 시에서 중요한 것은 말을 아끼고 아껴도 숨겨지지 않는, 소중한 감정들이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때문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인정하고 믿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간극의 세계를 표현하는 일은 더 쉬울 것이다.

 세상에 귀속된 것들을 신처럼 믿는 이들에겐 이해될 수 없는 비생산적이고 모호한 영역이다.

 돈이나 부동산, 명예, 인간, 성적표, 실적, 마이너스 통장에 적힌 숫자 같은 것은 삶에 너무 깊숙이 침범해 있어 간극이 생길 틈을 주지 않는다.

 교수형을 위한 밧줄과 사형수의 목 사이엔 어떤 간극도 없다. 그래야 더 빨리, 확실히 죽일 수 있으니까.

 때문에 실체를 가진 딱딱하고 잔인한 것들 하고만 어울리면 사람은 죽어버리고 만다.

 현대인은 물질을 아주 좋아하지만 물질보다 연약하고 믿기 힘들고 만져지지도 않는 것 없이 살지 못한다.

  사랑, 우정, 대화, 울음, 웃음, 기쁨, 슬픔, 행복, 찰나라 할지라도 깊은 눈맞춤 같은 것들.

 시멘트와 자본으로 쌓은 단단한 것들은 사실 연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것 위에 쌓여 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곧 무너질 모래성으로 보이게 될까봐 더 단단한 갑옷을 입고 내일은 어떤 가방을 들고 나갈지, 옷의 브랜드는 어느 것 이상을 입어야 얕보이지 않을지 고민한다.

 약하고 사랑스런 알맹이를 숨기느라 바쁜 곳.

 개인의 삶.


 신은 인간을 만들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주며 이렇게 귀하고 위험한 것을 줘도 되는지 고민했을까.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신으로부터 왔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귀한 것.

 강남대로의 신랄하게 높은 전면 유리창 고층 빌딩들을 보며 모두 출렁이는 신의 어깨 위의 도미노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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