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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Oct 13. 2023

달리기를 도와주는 친구들

5분 달리기 Day 26 ~ Day 29


Day 26. 쇼팽공원에서 달리기


첫째의 친구네와 같이 쇼팽 공원에 놀러 갔다. 쇼팽 동상이 있는 이 공원은 숲과 놀이터와 호수를 끼고 있는 거대하고 평화로운 공원이다. 우리 두 딸과 첫째의 친구 모두 신나게 자전거를 탔고, 나와 친구네 엄마는 걷다 뛰다 하며 한참을 따라다녔다. 매일 달리기 미션을 하고 있다고 하니 그 엄마가 "지금 이건 카운팅이 안 되는 거야?"하고 물었다. 이따 다시 제대로 달려야 한다고 하니, "그럼 지금 뛰어 언니, 내가 가방 들어줄게!" 괜찮다고 거절할까 하다가, 이왕 공원에 와 있는 거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 정말? 그래 그럼 부탁해." 왜 자꾸 숙제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날 좋은 공원에서 숙제를 해버리자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따라 달렸다.


아이들 저녁 먹으러 레스토랑 식당으로 향하던 길이었고, 오늘은 아침 산책과 오후에 수영을 해서 이미 만보이상 걷고 엄청난 운동을 했으므로 달리기는 딱 5분만 채웠다. 더 달리면 친구가 아이들 셋을 혼자 레스토랑에 데려가야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무리하지 않기로. 숙제를 하도록 도와준 친구 엄마에게 고마웠다. 그때 안 뛰었으면 집에 와서는 너무 피곤하고 늦어서 또 한 번의 실패날이 되었을지도. 쇼팽공원은 달리기에 정말 아름다운 공원이다. 자전거를 사면 자주 타고 와서 달려야지. 30일이 코앞이다!



Day 27. 저녁 달리기 최고기록


토요일. 아이들과 낮에 서커스 공연을 보고 들어와 목욕시키고 밥을 먹이니 저녁이 됐다. 오늘 달리기를 하지 못해 저녁을 먹인 후 나가 달리기 시작. 해가 기우니 적당히 쌀쌀해져 달리기 딱 좋은 날씨였다(17도). 저녁 공기가 달게 느껴지는 그 감미로운 봄의 공기였다. 폴란드는 해가 늦게 져서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해가 약간 넘어가 하늘이 파스텔 톤으로 변하고 있었고, 서쪽하늘은 붉은 노을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늘 달리던 기찻길에 옆에 생각보다 차가 많이 다녀 다른 길로 가곤 했는데, 오늘은 주말이어서인지 차도 없고 한적해서 공기도 더욱 좋았다.


조금 달리다 보니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예쁜 하늘을 정면으로 보기 위해 오른쪽 골목으로 틀어 조금 멀리까지 가보았다. 이곳저곳 돌며 달린 지 13분이 넘었는데도 별로 숨이 차지 않았다. 오늘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달려보자 생각했다. 계속 더 달렸는데 숨이 찬 정도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달리다 보니 2km를 달렸다고 스마트워치의 알림이 왔다. 우와 2킬로를 힘들지 않게 달리게 되다니!! 일부러 한 골목 먼 곳으로 돌아왔는데도 충분히 더 뛸 수 있을 것 같아서 집 주변을 한 바퀴 더 돌았다. 숨이 많이 찰 때까지 뛰어보자 싶었는데 집에 올 때까지도 꽤 뛸만했다. 더 뛰어서 지금 어디까지 뛸 수 있는지 한계를 시험해볼까 싶기도 했지만, 무리하지 않는 성격이어서인지, 오늘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멈추고 집으로 돌아갔다. 2.84km. 21분 19초. 지금까지 달린 것 중 최고기록이었다.


오늘은 시작 전과 시작 후에 웜업 운동과 쿨다운 운동을 간단하게 했다. 5킬로 달리기를 조만간 도전해 봐야지 생각했는데, 이 정도 장벽은 조금씩 꾸준히 더 노력하면 조만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가을까지 미루지 말고 가까운 날 가까운 곳에 대회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Day 28 갈비를 기다리며 축구장 세 바퀴


일요일 오후, 모처럼 여자 셋이서 아이들 없이 시내 외출을 하기로 했다. 브로츠와프 광장은 동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무척 예쁜 곳인데, 집에서 거리가 좀 있어 생각보다 잘 나가지 않게 된다. 이곳에서 사귀게 된 친구들과 함께 남편들에게 아이를 맡겨두고 마치 여행온 듯 시내 나들이를 즐기고 왔다. 한참을 걷고 놀다 보니 출출해져서, 집에 가는 길에 한국 식당에 가서 든든하게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맛있는 갈비가 파는 '갈비'라는 이름의 식당 바로 앞에는 축구장과 러닝트랙이 있다. 내가 매일 달리기 미션을 하고 있는 걸 아는 두 친구는 음식 나올 때까지 얼른 가서 뛰고 오라며 나를 재촉했다. 생각도 못했는데 그런 방법이! 신기하게도, 내가 매일 달리고 있는 걸 주변에 알리면 그들이 나를 뛰게 도와준다.


"그럼 뛰고 올게!" 바로 달려 나가 축구 트랙 세 바퀴를 뛰고 왔다. 적당히 땀이 났고, 허기짐은 더해졌다. 돌아오니 마침 양념갈비가 나왔다. 말할 것도 없이 꿀맛. 후식으로 짬뽕까지 먹었다(해외의 한식당은 돼지갈비, 중식, 돈가스, 분식 등이 모두 한 곳에서 파는 경우가 많다). 뛴 것의 몇 배나 되는 칼로리를 섭취했겠지만, 달리기를 재촉해 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갈비를 기다리면서도 뛸 수 있다는 것, 달리기 후에 먹는 갈비는 살살 녹는다는 것을 알게 된 뿌듯한 하루였다.



Day 29. 보슬보슬 비 내리는 아침 조깅 feat. 빵집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워주러 나왔는데 날이 춥지 않았고 비가 보슬보슬 내려서 공기가 달콤하고 촉촉했다. 뛰면 기분 좋아질 것 같은 날씨!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 후 옷을 갈아입고 뛰기 시작했다.


달려가는데 빗방울을 머금고 내 머리 위로 늘어져있는 나뭇잎들이 반가워서 한 번씩 손으로 스치며 달려갔다. 그랬더니 마치 하이파이브를 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고 힘이 났다. 돌아오는 길에도 옆으로 주욱 서있는 나뭇잎들과 연이어 하이파이브를 하며 달렸다. 그랬더니 내가 마라톤 주자이고 나뭇잎들이 그 길목에 빼곡히 서서 나를 응원해 주는 느낌이었다. 시원한 빗방울을 머금은 나뭇잎들의 하이파이브를 잔뜩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동네를 한 바퀴 돌다 보니 자주 가는 빵집이 나왔다. 빵을 사가면 맛있게 아침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빵집에 들어가려는데 시계를 보니 달리기 시작한 지 8분 17초를 지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뛰어서 10분은 채우고 가자! 빵집을 지나 조금 더 달리니 그곳은 내가 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못 보던 집이 있어 반가웠다. 언젠가 집을 짓고 싶은 꿈이 있어서 이곳 마을을 다닐 때 늘 유심히 집을 구경하는데, 각기 다른 집들을 구경하며 달리는 것은 무척 재미있다. 10분을 채우고 요즘 내가 꽂힌 말랑한 빵을 사서 들어왔다. 자 이제 커피를 내리고 맛있게 빵을 먹어볼까. 달리기 후의 빵은 또 얼마나 맛이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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