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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Oct 16. 2023

30일 5분 달리기 미션 완료

5분 달리기 Day 30

Day 30. 달리기에서 알게 된 것들


30일, 5분 달리기의 마지막 날이었다.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고 바로 뛸까 말까 잠시 고민했다. 오늘 왠지 눈을 뜨자마자 허기졌고, 아직 몸이 덜 깨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날씨는 화창했고, 아침공기가 적당히 쌀쌀해 딱 뛰기 좋은 날씨였다(이제 따뜻한 공기보다 약간 차가운 공기가 훨씬 뛰기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바로 뛸 이유도, 나중으로 미룰 이유도 찾자면 여러 가지 있었지만, 아침에 바로 뛰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어제 아침 달리기에서 느낀 상쾌함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 보스 보슬 비 내리는 촉촉한 아침 달리고,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사 와 아침을 먹는 그 기분. 그리고 미리 숙제를 끝내버리니, 저녁에 아이들이 동네 한 바퀴 자전거를 탈 때 달리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어서 나는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아이들의 자전거 타는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그 기분을 기억하며 아침에 달리기로 결심했다. 달리기가 너무 좋아서 나가는 게 아닌, 숙제를 끝내버린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나간다니 좀 모순적이다. 나는 아직 달리기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 것일까. 아무튼 땀이 빨리 마르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화 끈을 맸다.


오늘은 즐거운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뛰어볼까 하는 마음에 이어폰을 챙겨 왔다. 그리고 'running music'을 검색해 달리기에 좋은 비트 빠른 음악을 들었다. 달리기 전 스트레칭 할 때부터 흥이 난다. 빨리 나가서 신나게 달리고 싶어졌다. 그런데 달리다 보니 내 발걸음과 비트가 맞지 않는다. 나는 천천히 뛰면서 칙.칙.폭.폭.에 맞춰 들숨 두 번, 날숨 두 번의 리듬으로 달려왔는데 빠른 비트의 음악이 섞여버리니 호흡이 헷갈려 발과 맞지 않는다. 조금 더 달리다 보니 호흡과 발과 음악이 꼬여 더 빨리 숨이 차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음악을 껐다. 그랬더니 빠르지 않은 나의 호흡과 발소리가 착착 맞는 것이 들려 편안해졌다. 그리고 마침 울창하게 늘어진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예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역시 음악보다 고요함 속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가 좋다.


며칠 전만 해도 별로 숨차지 않게 2.8킬로를 달렸었는데 오늘은 좀 힘이 든 느낌이다. 어제부터 아픈 허리도 신경이 좀 쓰였다. 핸드폰과 열쇠를 들고뛰는 것이 불편해 힙색을 사서 허리에 달고 뛰었는데, 늘 오른쪽에만 달고 달려서 오른쪽 허리가 아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와 거의 같은 코스를 달렸는데 어제보다 조금 더 힘들었다. 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뛰었고, 집 구경하며, 나뭇잎과 하이파이브도 하며 뛰었는데 오늘은 지금 몇 분쯤 되었을까, 언제 10분이 될까 하며 뛰었고, 1km 알림이 왔을 때 무척 반가웠다. 그때가 8분 정도. 그때부터 다른 길로 둘러 집을 향해 돌아갔다.

마지막 날 기록은

거리: 1.8km / 시간: 13분 23초 / 속도: 7:23/km


그래도 처음보다 늘었다. 처음에는 5분을 연속으로 뛰는 것도 무척 힘이 들었으니까. 30일 미션 마지막 날인 오늘 뛰면서 느낀 것은, 매일 뛴다고 해서 달리기 체력과 기록이 매일 쭉쭉 느는 것이 아니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더 힘들 수도, 뒷걸음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7일째에 2.8km를 힘들지 않게 뛰면서 '이제 조금만 더 연습하면 5km 파크런은 충분히 하겠는데?' 하고 쉽게 생각했었는데, 모든 일에서 그렇듯 자만은 금물인 것이다. 나아가기도 하고 뒷걸음질도 하면서, 꾸준히 성실히 할 때 5km도 10km도 달릴 수 있을 것이다. 대회가 목표는 아닐지라도, 달리기라는 것을 내 인생에 장착하고 싶다면.


'5분'이라는 낮은 장벽 덕분에, 목표했던 30일 미션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초반에 이틀 달리지 못할 날도 있었지만, 그날의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 여행지에서도, 피곤한 날도 빠짐없이 달리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30일 달리기를 시작하는 그 여정에 마침 여행일정이 많이 끼어있었던 것도 나에게는 큰 영향을 미쳤다. 여행지에서 달리기를 하는 첫 경험을 해보았고, 낯설고 멋진 자연과 도시를 두 발로 힘차게 가로지르면서 달리기를 더욱 신나고 매력적인 것으로 느끼게 되었다. 지루하지 않게, 기대하며 달리기를 할 수 있게 여행지의 달리기가 도와준 것 같다. 집에서 달리기를 할 때는 '아침에 달리기를 끝내버리자'라는 의무감이 있었지만, 여행지에서는 '오늘은 어디를 달리까?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생각하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뛰어나갔다. 아직 달리기 속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 늘 천천히 달리지만, 30일의 기록을 보니 여행지에서 새로운 곳을 뛸 때의 속도가 평균적으로 더 빨랐던 걸 보면, 그곳에서 더 신나게 힘든 줄 모르고 달렸던 것 같다.


30일의 미션을 잘 마친 나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이제 내일부터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된다. 예를 들어 10분 달리기를 다시 30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자유롭게 뛸 것인지. 5km 파크런 참가 날을 정하고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볼 것인지. 최근에 골프와 수영도 하기 시작해서, 다른 운동을 힘들게 한 날은 달리기는 쉴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매일 뛰는 미션을 줄 것인지. <30일, 5분 달리기> 책에서는 절대 무리하지 말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정도로만 달리라고 했다. 그래야 오래 즐겁게 뛸 수 있다고. 하지만 나처럼 끈기 없는 사람이 계획이나 목표 없이 내가 꾸준히 계속 이어갈 수 있을 만큼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100일까지 한번 뛰어봐?


아무튼 31일인 내일도 달릴 것이다. 달리면서 생각해 보자.


우리동네의 달리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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