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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Oct 16. 2023

달리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5분 달리기 Day 31 ~ 33

Day 31. 내가 한 말을 지키기 위해 달리기


어제저녁부터 비가 오고 오늘 아침에는 무척 쌀쌀해져 딱 나가기 싫은 날씨였다. 낮에도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고 집에서도 갑자기 떨어진 기온으로 몸이 좀 차갑게 느껴졌었다. 게다가 여름휴가를 위해 예약해 둔 숙소가 취소되고 환불 등의 문제가 복잡해져서 온 신경이 예민해 달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어제 30일 미션을 완료하며 쓴 글이 생각났다.


'아무튼 31일인 내일도 달릴 것이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달리기로 했다. 아이들 스쿨버스가 4시쯤 오니 3시 반에 알람을 맞춰두고 알람이 울리면 그냥 나가는 것으로. 마침 근처 편의점에 택배 찾을 것이 도착해서 겸사겸사 택배 찾으러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쌀쌀했다. 이곳 폴란드는 해가 유난히 가까운 것인지 구름이 끼어 해를 조금만 가려도 무섭도록 기온이 떨어진다. 5월 하순인 오늘 현지 사람들은 다시 비니(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몸은 점점 더워졌지만 머리는 차가웠고 귀가 조금 시렸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자를 쓰는구나.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에 반 정도는 어쩔 수 없이 차로를 지나가야 해서 매연 때문에 무척 불편했다. 비염을 달고 사는 지라 이런 먼지와 냄새에 취약하다. 역시 다 가질 수는 없는 법. 즐겁게 달리기를 하려면 어딘가에 가는 김에 할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위한 시간을 따로 구별해 내가 좋아하는 쾌적한 장소에서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곧 자전거가 오면 근처 공원으로 가서 달려봐야지!


스마트워에서 1킬로 알람이 오면 기분이 좋다. 왕복으로 오늘도 10분을 채웠다^^ 잘했어 31일!


Day 32. 실패 아니고 '쉬는 날'


어젯밤부터 목이 살짝 따가운 것이 느껴졌다. 이것은 보통 목감기가 오기 전의 징후다. 요 며칠 쌀쌀한 날씨에, 어제는 매연까지 마시며 뛰었던 것이 영향을 주었던 것일까. 겨우내 지독한 감기를 앓고 한번 목감기가 오면 한 달 가까이 기침이 떨어지지 않았던 터라 두려웠다. 이번 주 내내 흐리니 기온이 뚝 떨어져 여젼히 10도 안팎. '그래도 뛰어야 할까? 그러다 또 감기에 걸려 한참 아프면 어떡하지? 아프니까 잘됐다 뛰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과 '많이 아픈 것도 아닌데, 그냥 뛰어? 그래야 뛰었다고 글도 쓰지'라는 생각이 공존했다. 두 생각이 팽팽해져 머릿속이 시끄러워지자 곰곰이 그 마음들을 살펴보았다.


또 찬바람 마시며 뛰면 분명 목이 더 아플 것 같은데, 왜 뛰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지? 이렇게 Day 몇, 해가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이 또 나에게 압박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또다시 실패하는 날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 '31일에도, 32일에도 달립니다'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그걸 알아차리고 나서 나는 바로 쉬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겨우내 아프던 연약한 나에서 벗어나 강하고 튼튼한 체력을 갖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아프지 않고 내 몸을 돌보는 것이 단연 우선이다. 누군가를 의식해서 달리지 말고 나를 위한 달리기를 하자. 그리하여 오늘은 달리기 실패날이 아니라 '쉬는 날'.



Day 33. 다시 즐겁게, 5분으로 돌아가자


어제는 아파서 쉬었고, 오늘은 추워서 쉬고 싶었다. 아팠던 목은 잘 쉬면서 지극정성 돌본 덕분에 다행히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쌀쌀해졌고 내 손발도 차가웠다. '오늘도 쉬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근데 몸이 아프진 않은데?'라는 생각이 또 부딪혔다. 어제도 안 달렸는데 오늘도 안 달리면 이러다 달리기가 흐지부지 될 것 같았다.


달리러 나가는 대신 <30일, 5분 달리기>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Day 1부터 Day 30까지, 달리기를 하면서 하루에 하나씩 적용해 볼 수 있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완독을 하지 않고 이미 30일을 달린 터라, 못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중 오늘 읽은 부분에서 '시간, 속도에 구애받지 않고 놀듯이 달리기' '시계, 핸드폰 두고 나가기' '더 달리고 싶어도 5분에서 멈춰보기' '달리기 자체에 집중하며 자유로움과 희열 느껴보기'와 같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해 놓고 달리기를 숙제처럼 여기고 있는 나에게 구구절절 와닿는 말들이었다. 즐겁자고 시작해 놓고 왜 매일 숙제처럼 해치우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보니 5분 달리기가 조금 익숙해서 '7~8분으로 늘려보자', '이제 최소 10분은 뛰자'라고 정했던 시점부터였던 것 같다. 5분이어서 장벽 없이 바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는데 나 스스로 한계를 늘리고, 앱으로 거리와 시간을 재고 기록하고 글로 쓰면서, 오늘은 조금만 더, 이제는 최소 10분, 이런 룰들을 정하자  달리기가 숙제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이게 계속되면 난 아마 달리기에 흥미를 잃게 되지 않을까? 조만간 5km 파크런을 나가야지, 가을에는 여행지에서 10km 마라톤에 도전해야지, 하는 생각들도 잠시 내려놓자. 다시 5분. 다시 즐겁게. 놀이처럼! 그렇게 생각하니 무척 쌀쌀한 날씨에도 다시 나갈 수 있었다.


10분을 뛰면 땀이 많이 나서 기능성 옷들을 갈아입고 가느라, 힙색을 챙기느라 이래저래 준비 시간이 길었는데, 5분이라 생각하니 그냥 운동화만 신고 쉽게 집을 나설 수 있었다. 그래 자꾸 욕심을 내면서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고 있었구나. 5km에 도전하고, 10km,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것보다, 달리기라는 진짜 재미있고 건강한 취미를 내 인생에 하나 더 갖게 되는 것이 훨씬 값질 것이다. 욕심과 부담과 의무감을 내려놓고 그냥 조금만, 즐겁게, 콧바람 쐬며 달리자. 다시 5분만! 



33일째 이어지고 있는 5분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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