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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Oct 17. 2023

달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

왜 달리기인가?


9월 5일


매일은 아니지만 여름에도 종종 달리기를 했다. 여름 휴가지의 바닷가를 달려보기도 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반가운 동네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히 태양이 뜨거워지니 뛰러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여름철에 피부가 너무 많이 타서 더 까매지고 싶지 않았다. 달리기를 할 때는 늘 자외선이 신경 쓰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대로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다. 더워서. 추워서. 바빠서. 뛸 기분이 아니라서. 아파서. 아플 것 같아서. 귀찮아서. 자외선은 안 좋으니까...


여름방학도 끝나고 아이들도 학교와 유치원에 갔다. 모처럼 갖게 된 나만의 고요한 시간. 이제는 더위도 사라졌다. 큰맘 먹고 자전거 타고 나와서 빵을 사고 자메크 토파즈 공원에 나왔다. 화창한 날씨, 아름다운 정원, 나무, 호수. 오랜만에 달리기를 오랜만에 해서인지 처음엔 무릎이 아팠다. 멈춰 서서 다리를 잘 풀어주고 다시 달렸다.


빵을 사고 나서 여기에 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막상 가면 좋겠지. 막상 뛰면 개운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왔다. 막상 나와서 달리면 늘 그랬기 때문이다. 정말 푸르고 예쁜 나무, 살랑살랑 부는 시원한 바람, 달리기에 정말 완벽한 날씨였는데 나는 별로 즐겁지 않았다. 나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게 맞을까? 차라리 점핑을 할 걸 그랬나, 그건 재미있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뛰자마자 금방 숨이 차 왔다. 평소에는 호수 두 바퀴도 가뿐하게 달렸는데 오늘은 한 바퀴만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더 뛰고 싶지 않았다. 한 바퀴만 달리고 걸어야지 생각했다. 마침 한 바퀴를 달렸을 때 전화가 와서 뛰기 어려워 통화를 하면서 걸었다. 나는 아직 걷기가 편하고 좋다. 이게 내 페이스에 맞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달리기의 매력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흐름을 타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5km 파크런 대회에 등록해 놓을까 생각도 들지만, 그것 또한 숙제가 될 것 같아 고민이다. 달리기. 나는 왜 달리는가? 체력? 처음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했지만, 단순히 체력 때문이라면 사실 다른 선택지도 많다. 왜 달리기일까? 왜 달리고 싶으면서 달리기 싫고 왜 숙제 같으면서 계속 하고 싶은 걸까.


일단 계속 달리면서 생각해 보자. 달리기도 매일 신이 날 순 없을 테니까.




그 답을 찾지 못해서인지, 그 후로 한 달은 거의 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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