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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Oct 17. 2023

드디어 나의 호흡을 찾았다

두 번 말고 세 번

오늘은 드디어 나만의 호흡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코로만 편하게 호흡하는 것은 가능해졌는데, 나에게 맞는 '박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릴 적에 체육시간에 어렴풋이 배운, 그리고 <마녀체력>의 저자가 말한 들숨 두 번, 날숨 두 번, 습습후후, 칙칙폭폭 호흡이 나에게는 너무 짧게 느껴졌었다. 명상을 하며 심호흡을 연습해 와서인지, 두 번씩의 호흡은 숨이 들어오기도 전에 다시 내뱉어야 해서 겉도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발을 내딛는 박자에 맞춰서 들숨 네 번, 날숨 네 번을 시도해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호흡을 끊지 않고 길게 네 박자에 들이마시고, 길게 네 박자에 내쉬는 것이다. 깊이 숨을 들이쉬며 좀 더 편안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호흡이 너무 길어 쳐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같았다. 뭐가 더 내게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두 번의 짧은 호흡보다는 긴 호흡이 조금 더 편안하게 느껴져서 계속 시도해 보며 나에게 맞는 호흡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얼마 전에 친언니가 우리 집에 왔을 때 같이 달리기를 하다 호흡을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언니는 이미 러너가 된 지 몇 년이 되었고, 하프마라톤에도 자주 참가하기 때문에 호흡에 대해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언니는 호흡에 대해서 의식해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냥 자기가 편한 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두 박자 호흡은 짧고 네 박자 호흡은 길게 느껴져 고민하고 있다고 하니 언니가 "그럼 세 번으로 해봐!"라고 하는 것이었다. 세 번? 나는 두 발의 박자에 맞추는 것이니 당연히 짝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신반의로 한 번 해보았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오! 된다! 전혀 이질감이 없다. 호흡의 길이가 짧지도 길지도 않고 딱 적당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 후 혼자 달릴 때에도 호흡을 세 번으로 시도해 보았다. 착 착 착, 착 착 착, 떨어지는 발의 리듬에 맞춰 들숨 세 번, 날숨 세 번. 아주 편안하고 안정적이었다. 너무 짧지 않아 숨을 충분히 쉴 수 있었고, 동시에 4분의 3박자처럼 경쾌했다. 그렇게 몇 번을 하다 보니 그다음부터는 호흡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풍경들을 보며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자기만의 리듬을 찾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나와 대상이 하나 되는 느낌, 자연스럽고 수월한 느낌, 경쾌한 느낌이 든다. 나만의 템포에 맞춰 편안하고 경쾌하게, 오늘도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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