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없이 행복할 수 없다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거절이 필수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며 살다가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낼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 나답지 않은 것들,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을 잘라내야만 나답게 살 수 있다.
앞장 이야기했듯 일단 거절이 그리 미안할 일이 아니며 나의 권리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싫다는 소리를 쉽게 하기는 어렵다. 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부드럽게 거절하고 싶은 게 대부분 사람의 욕심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거절에 대해 고민한다.
<밥블레스유>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위 ‘센 언니들’의 거절에 대한 고민이 인상 깊었다. 출연진은 김숙,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장도연이었다. 싫은 소리를 못해서 면접에 실패했다는 20대 취준생의 사연을 소개했다. 면접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는데 너무 과해서 혼주 메이크업이 됐다고 했다. 그런데 싫은 소리를 못해서 수정해 달라고 말도 못 하고 그대로 면접을 봤다는 사연이었다.
사연을 소개하고 나서 5명의 여인들은 모두들 거절이란 게 쉽지 않다며 이구동성으로 공감했다. 최화정은 “이렇게 나 같은 사람은 또박또박 거절 잘할 것 같잖아. 근데 그런 말 하기는 나도 너무 힘들어.” 라고 했고, 이영자는 싫은 말을 정말 못해서 참고 참다가 나중에 화를 내버리는 편이라고 했다.
장도연도 싫은 소리를 못 한다며 일화를 이야기했다. 신인 시절에 청담동 미용실에 갔는데 ‘코미디언이고 첫 시작이니 꼭 튀어야 한다’며 머리를 파인애플 같이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눈 화장도 입자가 너무 굵은 반짝이를 써서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부담스러운데 말도 못 하고, 방송국까지 가는 지하철에서 다들 쳐다봐 너무 창피했다는 이야기였다.
출연진들이 ‘김숙은 어려운 이야기를 기분 나쁘지 않게 잘한다’며 그녀에게 조언을 구했다. 미용실에서 드라이를 너무 뜨겁게 해서 내 귀가 델 것 같다면 뭐라고 할 거냐고 묻자 그녀는 “야 탄다, 탄다. 고기 탄다.” 라고 위트 있는 이야기를 해 다른 출연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나도 분장실에서 고데기의 뜨거움을 참다가 화상을 입거나 “앗 뜨거워!”라고 해서 상대가 엄청 미안해한 적이 있었는데, ‘고기가 탄다’라니. 그녀의 솔직하면서도 배려하는 표현이 참 인상적이었다.
거절도 연습이 필요하다. 막연한 결단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행착오가 있어야 한다. 싫은 소리에 대한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더 센스 있게 할 수 있는 스킬도 익혀야 한다. 제이슨 콤리의 ‘거절 테라피’라는 것이 있다. 아내에게 버림받고 우울에 시달리던 제이슨 콤리가 은둔생활을 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거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하루에 한 번씩 거절당하기’를 시도한다. 무리한 부탁을 해서 일부러 거절을 당하고 그것을 오히려 미션 성공으로 여겼다. 그렇게 그는 거절의 두려움을 극복했고, 그의 거절 테라피를 통해 세계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다.
이렇게 거절당하는 것에도 숱한 연습이 필요하듯, 거절‘하는’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매몰찬 사람이 되지 않도록 주의도 필요하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며 부드럽고 센스 있게, 나다운 거절방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김숙처럼. 거절해도 밉지 않게, 자연스럽게.
다음 세 가지를 연습해보자.
<밉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 세 가지>
1. 겸손의 거절
상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자신을 조금 낮춘다. 김숙이 말했던 방법도 이에 해당한다. 참지 않고 너무 뜨겁다고 바로 말하지만 자신을 ‘고기’에 비유했다. 나를 조금 낮추면서 위트를 더한 것이다.
“제가 잘 때 예민한 편이어서 다른 사람들과 방을 함께 쓰지 못할 것 같아요.” “저도 도와드리고 싶은데 이 일은 내가 아직 서툴러서, 전문가인 OO에게 부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섣불리 했다가 괜히 실패할까봐 걱정이 돼요.” 라고 자신의 부족함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거절하면 상대가 덜 서운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봐도 자신이 전문가 인데 실력이 없어 못 도와준다고 하면 핑계처럼 들린다. 거절할 때도 진정성이 필요하다. 거절을 위해 거짓말을 쉽게 하지는 않기로 하자.
2. 조건부 거절
“안 돼.”라고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아. 주말에는 시간이 어때?”라고 내가 다른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나도 마음은 굴뚝같은데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상대가 느낀다. 거절을 위한 거절이 아님을 상대에게 알려주는 좋은 방법이다. “한 달까지는 안 되고, 이 주 정도는 빌려줄 수 있어!” “기획서 작성까지는 어렵지만 내가 기획회의에서 큰 틀은 같이 잡아줄게.”라고 하면 상대도 덜 서운하고 나도 내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해줄 수 있어 마음이 한결 가볍다. 하지만 조건부 거절은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소개팅남에게 “이번 주말은 안 되지만, 다음 주말은 어떠세요?”라고 할 수는 없으니.
무리한 요청이 반복될 경우에 조건을 걸어 다음 부탁을 미리 거절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제가 해드리지만 다음에는 총무팀에 의뢰하세요. 원래 총무팀 업무여서 일처리가 더 빠를 거에요.” “오늘은 제가 승인해드리지만, 다음부터 영수증 없으면 결재가 어렵습니다.” 라고 부드럽게 이야기해 두면 다음에 거절했을 때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갑자기 거절하는 것이 불편할 때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3. 보류의 거절
빠른 거절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단칼에 자르고 나면 내 마음도 편치 않다. 그래서 바로 거절하지 말고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이따 끝나고 저녁먹자!” 라고 했을 때 바로 “오늘 저녁은 안 돼.” 라고 거절하는 것보다 “아, 오늘 야근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나도 먹고 싶긴 한데... 음.. 아무래도 다음에 먹는 게 좋을 것 같아. 혹시 많이 기다리게 할 수도 있으니까.” 라고 하면 한결 부드럽게 전달될 것이다. 물론 수락하는 경우에는 고민하다 찜찜하게 승낙하는 것보다 흔쾌히 오케이를 외치는 게 훨씬 좋다. 하지만 거절하는 경우라면, 내가 최대한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서 고민하는 모습이 상대에게도 긍정적으로 비칠 것이다.
그 자리에서 답변을 하지 않고 결정할 시간을 얻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일정이 되는지 확인해보고 알려드려도 될까요?” “지금 바로 결정하기가 좀 어려운데, 내일 알려드려도 될까요?” 라고 이야기하면서 잠시 보류할 시간을 구하면 상대에게도 무례하지 않을 수 있고, 나도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 좋다. 수락한 후에 못할 것 같아 번복하는 것보다 신중한 모습으로 신뢰감을 주는 것이 더 낫다.
바로 답하는 경우 거절할 용기가 없어 무조건 수락해버릴 가능성이 높다. 나도 고민할 겨를 없이 수락했다가 하기 싫어서 후회한 적이 많았다. 이제는 중요한 일이라면 내가 생각하고 결정할 시간을 꼭 가진 후에 가능 여부를 알려준다. 단 너무 오래 지체하면 오히려 실례가 될 수 있다. 상대도 일의 진행을 위해 나의 의사를 알아야 하고 거절했을 경우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결정을 했다면 늦지 않게 답변을 주도록 한다.
물론 거절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방법도 달라진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방법도 달라진다. 단칼에 잘라야 하는 경우도 있고, 최대한 정중하게 이해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다. 왜 거절하는가. 거절하는 내 마음은 어떤가. 상대에게 어떻게 거절해야 내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편안할까.
거절은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한 첫 번제 과제다. 이 과제를 통과하지 못하면 이 세상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힐 것이다. 거절 없이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두려워하지 말고 정면돌파하자. 지혜롭게, 센스있게 거절하는 기술을 나의 인생에 장착해보자.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경계를 정해 놓지 않으면
사람들은 당신의 욕구를 무시하게 된다.
- 오프라 윈프리
이 매거진의 글은
' 하고 싶은 말을 센스있게'
<말하기의 디테일>
의 일부 연재입니다.
더 많은 대화법, 책에서 만나요 :)
http://www.yes24.com/Product/Goods/75224926?scode=032&OzSra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