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심일치의 3수준
‘부러우면 지는 거다.’
농담으로 시작된 이 말이 마치 진리처럼 퍼져서 사람들이 부러운 감정을 자꾸 감추려는 것 같다. 루저가 되기 싫으니까. 하지만 그 말이 맞다면 루저가 아닌 사람이 있을까.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부러움은 무식한 것이고 흉내 내는 것은 자살행위다’라고 했다. <수련>의 저자 배철현 교수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훈련을 한 적이 없고, 자신을 가장 소중한 존재로 대접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을 부러워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이 너무도 크게 와 닿았다. 각자 고유의 존재,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로 태어났는데, 왜 자꾸 남과 비교하고 질투하고 부러워할까.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부러움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다.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재능과 환경을 자신의 것과 비교하게 된다. 요즈음처럼 소셜미디어로 타인의 삶을 속속들이 엿볼 수 있는 경우는 더욱 부러움에 노출되기 쉽다. 나 역시 친구가 세계여행 중인 사진을 보면 부럽고, 인정받고 잘 나가면, 고상한 취미를 즐기고 있으면, 멋진 집에 살고 있는 걸 보면 부러웠다.
페이스북과 사람들의 행복관계에 대해 연구한 심리학자 에단 크로스는,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인간의 부러움을 극단적으로 키웠으며 ‘꾸며진 삶’의 폭격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임상심리학자는 이것을 ‘비교병’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운 감정에 솔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기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숨겨버리면 엉뚱한 감정으로 둔갑해 버린다. 그래서 부러움이 둔갑해 비난이 되기도 하고 냉소가 되기도 하고 미움이 되기도 한다.
흔히 자기 마음은 자기가 당연히 안다 생각하고 정확히 알려고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내 마음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스스로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부러움’처럼 자기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일수록 더욱 그렇다. 솔직하게 인정받지 못한 마음은 비뚤어지게 마련이고, 그 비뚤어진 마음이 말로 표현되면 삐딱해진다. 중요한 건 부러운 마음이 내 안에 생길 때 알아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솔직하게 말해서 건강하게 흘려보내는 것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이 진솔한 삶이듯, 솔직하게,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말과 마음이 일치해야 한다.
말과 마음이 일치하는 언심일치의 상태는 대체로 세 수준으로 나뉜다.
1수준 : 무지의 상태
내 감정을 잘못 알고 잘못 표현한다.
예) (부러움을 인정하지 않고) 쟤는 허세가 너무 심해. 정말 싫어. 나랑 안 맞아.
2수준: 불일치의 상태
내 감정을 알지만 다르게 말한다.
예) (부러움을 느끼지만) “쟤, 그거 다 부모가 해준 거잖아. 이제 사회인이면 자기 힘으로 살아야 하는 거 아니야?”
3수준: 언심일치의 상태
내 감정을 잘 알고 솔직하게 말한다.
예) “부럽다. 힘들 때 부모가 좀 도와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차라리 이렇게 인정해버리고 나면 그런 상황이 부러울 뿐이지, 그 사람 자체를 질투하거나 얄밉게 생각하거나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 그래야 자신의 욕구를 괜한 사람 미워하는 것으로 돌리지 않고, 어떻게 내가 원하는 것을 채울 수 있을지 차근차근 살펴볼 수 있게 된다. 부럽다는 것은 어떤 환경이나 조건이지, 그 사람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말과 마음이 일치하는 말을 해야 나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고 상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말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 말>
“벌써 강남에 집을 샀어? 야, 근데 요즘같은 때 집 사면 종부세 때문에 골치 좀 아프겠다.”
“과장 진급했다며! 축하해! 근데 요즘 승진 빨리하면 회사도 빨리 나가야해서 축하할 일도 아니라고 하더라.”
“그 친구 운이 좋았어. 출판사를 잘 만났나봐. 사실 그 정도 글은 아니거든.”
<말과 마음이 일치하는 말>
“우와 벌써 집 샀어? 부럽다. 나는 언제 내 집 마련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떻게 준비한 거야?”
“과장 진급했다며! 축하해. 좋겠다. 같이 들어왔는데 먼저 올라가버리니까 서운한데. 한 턱 쏴!!”
“그 친구는 하루도 빠짐없이 블로그에 글 썼더라. 사실 나도 재미있게 봤어. 나도 꾸준히 써볼걸... 나도 책 내고 싶다.”
부러움이나 열등감은 자신을 힘들게 하지만, 때로는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것을 동력으로 활용하려면 감정을 알아채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내 안에 부러운 감정이 오래 쌓여 부패하지 않도록 솔직한 말로 흘려보내야 한다. 때로는 숨기고 싶은 감정을 말로 직접 표현하면 마음이 정화된다. 남을 부러워하는 건 무식한 것이라지만, 내 안에 그 마음이 존재한다면 그냥 빨리 인정하고 털어버리는 게 낫겠다. 유식함으로 가는 길은 무식함을 먼저 인정하는 것 아닐까. 조금 더 순수해지고 싶다. 부러우면 부럽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지기 싫어 삐딱해지는 건 너무 유치하잖아?
이 매거진의 글은
' 하고 싶은 말을 센스있게'
<말하기의 디테일>
의 일부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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