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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May 24. 2019

에너지를 아끼는 마법의 말

굳이 상대에게 맞춰주기 싫다면

‘왜 내가 이해하고 맞춰줘야 해?’ 

‘내가 왜 싫어하는 사람의 성향까지 알아야 돼?’ 

‘그 인간을 이해하는데 쏟을 에너지가 어디 있어.’


이 매거진의 다른 내용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더 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마법의 말 “그럴 수도 있지”를 써먹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쉽게 뜨거워지는 나와 달리 늘 평온한 남편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심지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개최지인 러시아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겨 판정논란이 심했을 때도 그랬다. 같이 보던 가족들 모두 흥분해서 “말도 안 돼!”를 외치고 있었다. 방송하던 캐스터도 흥분해서 목소리 톤이 높아졌는데 그는 아무 말도 없었다. 

 “자기는 화 안 나?”

 “그럴 수도 있지.”


 내가 밖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당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어 씩씩거리며 이야기해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한다. 너무 서운하다.

 “뭐? ‘그럴 수도 있지’라니!” 

 “그 사람은 몰랐으니까 그랬겠지.”

어쩔 때는 폭발할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이 말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불편하고 이해 안 되고 화가 폭발하려 할 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면 흥분된 마음이 조금 가라 않는다. 불이 붙었을 때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랄까. 김이 새긴 하지만 어쨌든 불을 가라앉히고 상대 입장도 조금은 생각하게 된다. 물론 남편이 나에게 말할 때는 화가 난다. 하지만 스스로 말하는 것은 꽤 효과적이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을 억지로 좀 연습해보니, 이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인생에 걸릴 것이 별로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말 다음에는 대꾸할 말이 없어진다. 모든 것을 담아버리는 말이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상대의 성향과 사정을 잘 알고 이해해 줄 수 있으면 제일 좋다. 하지만 에너지와 관심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게 쏟을 에너지가 없다면 분노할 에너지도 아껴보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라며 씩씩거리기보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한 마디로 냉수 한 그릇 들이마시자. 내 정신 건강에도 그게 좋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랬겠지. 그럴 사정이 있었겠지. 그 사람 생각은 그런가보지. 평가를 내려놓으면 평온이 온다는 사실.      

    

평가가 들어가지 않은 관찰은 인간 지성의 최고 형태이다. 
- 크리슈나무르티     
 

이 매거진의 글은

' 하고 싶은 말을 센스있게'

<말하기의 디테일>

의 일부 연재입니다.

더 많은 대화법, 책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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