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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Sep 07. 2019

떨리는 마음,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

내 편을 만드는 법

대학원 동기 중에 수업에서 첫 발표를 할 때 너무 긴장되고 떨려서 울어버린 사람이 있었다. 어릴 적 발표할 때 못한다고 선생님께 혼났던 적이 있어 사람들 앞에만 서면 너무 두렵다고 했다. 상담심리학과답게 사람들은 그녀에게 휴지를 건네며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었다. 3학기 째 그녀는 조금 달라졌다.


 “제가 첫 학기 때 발표하다 울었는데요(웃음), 사실 지금도 많이 떨려요. 힘낼 수 있게 저한테 박수 한 번 쳐주실래요?”


그러자 사람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녀는 긴장한 듯 보였지만 힘내서 발표를 잘 마쳤다. 또 다른 사람은 상담 사례 발표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자기 자녀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녀는 시작하면서 “사실 정말 하기 싫었고 두려웠는데요,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언젠가는 건너야하는 강이라고 생각했어요. 용기 낸 저에게 박수 좀 보내주세요!”라고 했다. 마치 어려운 일을 해내기 전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는 것 같았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용기를 낸 자신에게 박수를 쳐달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솔직하게 떨리는 마음을 고백한 이들에게 나는 마음이 활짝 열렸다. 수줍게 시작하는 모습에 마음속으로 ‘힘 내!’라고 외치며,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스럽게 받아냈다.  

방송할 때도 괜찮던 내가, 대학원 발제 중에 심장이 쿵쾅쿵쾅. 어찌나 떨리던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에서 말할 때 떨지 않고 싶어 한다. 떨리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물론 나 역시 그렇다. 생방송을 몇 년 동안 떨지 않고 잘해놓고도, 대학원 수업 발표에서 심장이 터질 듯 떨릴 때가 있다. 낯선 모임에서 자기소개가 너무 긴장돼 목소리가 떨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속으로 ‘아나운서라는 사람이 발표할 때 떨면 정말 촌스럽겠지?’ 하고 애써 떨리는 마음을 감추려 애쓴다. 그래서 더더욱, 떨리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멋지고 용감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솔직하게 고백을 한 이들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져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미 털어놓았기 때문에 실수해도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고, 실제로 청중들도 너그럽게 변한다. 그런데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혼자만 간직하면 더 떨리고 더 부담스럽다. 내 긴장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 내용에 집중하지 못한다. 떨리는 자기 목소리가 귀에 들리면 더 떨게 되고, 한 번 실수라도 하면 심장이 쿵쾅거려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야말로 ‘말리는 것’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저 지금 떨고 있죠?”라며 배시시 웃던 발표자가 있었다. 그 인간적인 모습에 마치 학예회에서 부모가 자녀의 발표를 보듯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이 열리면 잘해도, 좀 부족해도 박수를 보내게 된다. 긴장을 감출 수 없을 때는 “너무 긴장이 돼서 지금 손까지 떨리는데, 물 한 잔만 마시고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털어놓으며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에 나오니까 정말 백지상태가 되네요. 잠깐 저 심호흡 좀 하고 시작해도 될까요?” 하고 크게 심호흡을 하면 나도 좀 편안해지고 사람들도 솔직한 그 모습에 웃으면서 여유를 함께 나눌 수 있다. 

2018. 4월, 북바이북 상암에서. 강의를 자주해도 내 페이스를 잡을 때까지는 늘 떨린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떨린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든지, 자신의 부족한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낱낱이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 발표자가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어 신뢰를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해서”라며 허둥대는 사람이 많은데, 이건 자신이 시간에 맞춰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준비가 덜 된 사람은 떨리는 게 당연하다. 아무리 태연한 척하려고 해도 마칠 때까지 떨릴 것이다. 자기가 할 말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하고 열심히 준비해도 앞에 서면 떨릴 때가 있다. 그때는 솔직하게 말하고 나면 조금 편해진다. 내 마음을 열어 보이면 숨통이 트인다. 그 여유를 가지고 해야 준비한 것을 남김없이 잘 전할 수 있다. 

     

발표할 때뿐 아니라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솔직해지는 것’ 아닐까. 떨리는 마음을 털어놓으면 그 짐을 나누어 가질 수 있어 덜 떨린다. 오해를 혼자만 가지고 있으면 병이 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나면 마음도 후련하고 함께 해결점을 찾아볼 수 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면, 내가 ‘어떤 사람인 척’을 하지 않고 나답게 살 수 있다. ‘이 말은 어떻게 느껴질까’ ‘이렇게 말하면 너무 없어 보이나?’라고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솔직함으로 정면승부를 해보자. 솔직함의 힘을 깨닫고 나면, 나의 말뿐 아니라 내 삶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이 매거진의 글은 

'하고 싶은 말을 센스 있게'

<말하기의 디테일> 

(위즈덤하우스)의 일부 연재입니다.

더 디테일한 대화법, 책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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