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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미정 Sep 06. 2022

내 여행 사진첩이 바뀌었다

나를 보는 엄마의 시선

오래 기다렸던 친정엄마가 여정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셨다.

아이들도 몇십 일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하며 기다렸는데, 함께하는 시간은 참 빨리도 간다.   

  

아이들의 방학, 엄마의 방문, 시칠리아 여행, 정신없이 한 달이 지났다.

엄마도 돌아가고, 아이들도 유치원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도 집에서 홀로 집 정리와 글을 쓰는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알 수 없는 허전한 마음에 휴대폰의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엄마가 오고 내 사진첩이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은 늘 여행 풍경사진, 아이들 사진, 그리고 종종 나의 셀카였다.

예쁜 여행지에서 나도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었지만 

내 오른팔을 쭉 뻗어 찍은 셀카로는 얼굴만 크게 나오고 

전면 카메라 화질이 별로 좋지 않아 배경은 희미했다.

비슷한 크기 비슷한 각도, 비슷한 표정. 다 거기서 거기. 쓸만한 사진이 없었다.     


엄마가 찍어준 사진을 통해서 나는 여러 상황 속의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둘째를 부둥켜안고 뽀뽀하고 있는 모습,

레스토랑에서 주문하고 있는 모습,

멋진 성당 앞에서 첫째와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

여행지의 헌책방에서 책을 뒤지고 있는 모습,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고 힘차게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있는 모습,

나 좀 예쁘게 찍어달라고 한껏 포즈를 잡고 있는 모습까지.     


Photo by Mom


사진을 가만히 다시 들여다보니 엄마의 시선이 느껴진다.

나는 무심코 지나쳤을 순간들을 관심 있게 바라보며 카메라에 담아두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과 시선.

엄마의 시선을 통해 나의 모습을 바라봐서인지 셀카보다 훨씬 더 예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내가 포즈를 잡고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찍으려고 

무릎을 굽히고 이리저리 각도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수아와 주아가 조잘조잘 떠들며 놀거나, 

도토리를 줍고, 꽃향기를 맡고, 행복한 표정으로 비눗방울을 불 때,

그 순간이 너무 예뻐서 늘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곤 하는데

어쩌면 우리 엄마는 그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시겠구나 싶다.

      

마흔이 넘었지만 아직도 엄마의 눈에는 어린애처럼 보였을 내게 해주는 이런저런 조언(소위 잔소리)과,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는 엄마의 이야기에

“엄마, 그 이야기는 내가 중학교 때부터 들었어~”

하며 받아치곤 했는데,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그냥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듣고 맞장구쳐줄 걸 하는 후회가 든다.

      

나의 작은 순간들을 유심히,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주는 엄마가 있어서 참 좋다.

예쁜 사진들 고마워 엄마:)


칠순에도 아름다운 우리 엄마:) Photo b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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