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나는 자주 무너진다, 그러니까 사람이다

나를 괴롭히는 사소한 조각들

by 강라헬


하루를 꿋꿋이 걸어가다 문득, 발밑의 지반이 꺼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거창한 실패나 예상치 못한 비극이 엄습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아주 사소한 조각들 때문이다.

무심하게 던져진 말투, 스쳐 지나가는 싸늘한 시선,

순간적으로 굳어진 표정 같은 것들이

때로는 거대한 파도보다 더 깊숙이 스며들어

마음의 균열을 일으킨다.


나의 하루 역시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하지만은 않다.

쉬는 시간마다 당연하게 해야 할 일처럼 결석자를 정리해 담당자에게 보고한다.

출석은 쉬는 시간 내에 부르고 결석자들은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보내라는 지시에 따라

수강생들을 수업 전에 미리 부른다.


그날도 그랬다.

5분 일찍 출석을 불렀기에 조금 일찍 수업이 시작됐고, 조금 일찍 수업이 시작됐으니 예정된 시간보다 3분 정도 일찍 마쳐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할당된 수업은 차고도 넘치게 해주고 있었던 터라 나름의 합리적인 시간 조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온 건 벼린 듯 날 선 말이었다.


“왜 3분 일찍 끝내요? 수업 시간은 정해진 대로 다 채우셔야죠.”


아, 고작 3분.

그 짧은 시간이 문제였구나.


그 말을 듣고 돌아서는 순간, 내 안에서는 뚝,

작지만 분명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잘한 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작은 배려는 아무렇지도 않게 밟힌 들풀 같았다.


그날 이후로 왠지 모르게 그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불편해졌다.

늘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표정,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말투.

그게 나를 향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날 선 분위기 앞에서, 마음은 여전히 움츠러든다.

그런 날이면 마음이 속절없이 무너진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걸까.’
‘이 정도에 상처받는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그런 자책과 자기혐오가 교차한다.

결국 알겠다는 말과 함께 웃으며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바라는 걸 해주면 그만인 거다.

앞으로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을 한다.

그런데 마음이 무겁다.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자연스럽게 복기가 된다.

속상한 마음을 쉬이 가라앉힐 수가 없다.


문득 생각해 본다.

이렇게 사소한 일에도 속절없이 무너지는 내가, 정말 이상한 걸까?


나는 사람이니까.

감정이라는 복잡하고도 섬세한 회로를 가진 존재니까.

누군가의 무심한 표정 하나, 던져진 짧은 한마디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쩌면 나라는 사람의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무너진 감정을 덮어두기보다, 이렇게 글로라도 꺼내어 본다.


‘나도 그때 힘들었다.’

‘그 말은 내게 상처였다.’

라고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되뇌어본다.

그 누구도 이 작은 외침을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다.

적어도 나만은 나를 알아줘야 하니까.


나는 오늘도, 어쩌면 내일도 또다시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무너진다는 건, 살아 있다는 명확한 증거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