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무(無) 배려의 심포니

by 강라헬

고요한 밤, 아름다운 야경 아래 잠들 것이라 기대했던 여행지에서의 밤은 야행곡(夜行曲) 대신 불협화음으로 가득 찬 교향곡이 되어버렸다.


저렴한 가격에 낭만을 더하리라 믿었던 게스트하우스는, 방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타인의 삶의 소리가 생생하게 울려 퍼지는 공간이었다. 윗 층 침대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코골이 소리와 뒤척일 때마다 삐그덕 대는 나무판자소리는 마치 내 귀에 확성기를 대놓고 울리듯 뇌리에 박혔다. 규칙적인 듯 불규칙적인 그 소리들은 신경세포를 하나하나 건드렸고, 잠의 세계로 향하는 나를 붙잡아 매는 족쇄와 같았다.

하지만 그 모든 소음 중에서도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슬리퍼 끄는 소리였다.

마치 제 집 거실이라도 되는 듯, 거침없이 복도를 질질 끌고 다니는 슬리퍼 소리는 단순한 마찰음을 넘어, 바닥과 어찌나 찰지게 부딪히는지 '찰, 찰, 탁, 딱' 하는 날카로운 마찰음으로 증폭되어 신경을 긁었다.

거기에 더해, 쾅쾅 닫히는 방문 소리는 밤의 정적을 산산이 조각냈다. 깜짝 놀라 심장이 쿵 내려앉기 일쑤였다. 어딘가의 방에서 들려오는 화기애애한 목소리는 또 어찌나 까랑까랑하던지.


이 모든 것들이 밤 11시 53분이 넘었는데도 계속 이어지는 것들이었다.

얇은 벽을 타고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하는 소음 공해였다.

한밤중에 일어나는 이 모든 소음들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선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는 무자각한 행동들은, 애써 찾아온 여행지에서의 설렘을 점차 짜증과 피로감으로 물들였다.

공동생활공간에서의 기본적인 에티켓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아, 귀마개라도 있었더라면 조금 나았을까.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차 안에 고이 두고 온 이어폰이 이토록 간절하게 생각나는 밤은 처음이다.


물론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의 특성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저렴한 가격에 여러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조금만 더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모두가 편안하고 즐거운 밤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오늘 밤도 나는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귀를 막아보지만, 이미 예민해진 신경은 작은 소리에도 반응한다. 아름다운 야경 대신, 게스트하우스 방 안에서 홀로 뒤척이는 밤. 이 또한 나의 여행의 한 페이지로 기억되겠지.


부디 내일 장거리 운전에서 살아남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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