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림 『제야』
스물다섯이 되기까지 진짜 힘들었다. 스무 살부터 정말 많은 실수를 했고 감정의 폭풍을 겪으며 자랐는데 이것들이 내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 이토록 아픈 성장통을 겪어야 한다면 주저할 정도로 깊이 아픈 시간들이 많았다. 배려를 몰랐고 눈치를 볼 줄도 몰랐으며 제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다행히도 내 주변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이었고 덕분에 진심 어린 충고와 조언 덕분에 나를 고쳐나갈 수 있었다.
스물 다섯 즈음 되니 옛날의 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동생들을 보게 된다. 어린 시절의 나처럼 무례하거나 제멋대로 거나. 예전의 나를 보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짠하다. 내가 했던 실수들을 쟤네도 똑같이 하고 있구나. 부디 나보단 덜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가도 금세 미워지기도 한다. 머리 한 대 쥐어박는 듯 말로 쏘아붙여 정신 차리게 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복잡한 마음이 일어나는데 그럴 땐 그냥 생각의 끈을 끊어버리고 돌아선다. 부디 저 친구에게도 좋은 주변 사람이 있어 멋지게 성장하기를 바라며.
김기림의 제야를 읽고 든 맨 처음 그려지는 그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모습이었다. 무언가를 비꼬며 아니꼽게 바라보고는 있는데 그 대상이 마치 자기와도 비슷해 괜한 연민을 느끼는 거 같았다. 한 연에서 두 연을 조소로 채웠다면 다음은 자조가 시작된다. 감기를 무서워하는 국민들을 괜히 조소하면서 다음 연에서는 한 조각 부스러기와 같은 자신을 자조한다. 시를 읽으며 지식인의 입장에서 대중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들을 계몽하고 싶고 다그치고 싶지만 어쩌면 그들과 너무 닮아있는 자신을 본 걸까. 결국 그는 조소를 거두고 자조로 시를 마무리했는데, 그가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궁금해졌다.
나의 옛 모습과 닮은 동생들을 볼 때마다, 멋진 조언을 팍 날려주고 뒤돌아서는 내 모습을 상상하지만, 난 알고 있다. 난 그런 주제도 못 된다. 설사 그럴 주제가 된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 성장통이 고통스러운 걸 알면서도 응당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미운 행동을 하는 그들이 미우면서도 나와 닮았으니까. 결국 자조로 답을 내리는 김기림의 결정이 사뭇 멋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