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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련 Oct 30. 2019

나를 이기적이라고 말하는 당신이 불편한 이유

싫어하는 걸 말하는 건, 이기심이 아니라 상냥함이다

살면서 듣는 소리 중에 가장 억울한 말을 꼽으라면, '넌 참 이기적이야'라는 말을 꼽겠다. 난 그때마다 억울해서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그마저도 내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근거로 치부되며 반박당하곤 했다.


한 번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 친구는 자주 내 말을 끊고는 했는데, 그날도 내가 하는 말을 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난 그가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남의 말을 끊는 습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나의 말을 끊는 그의 행동이 불쾌했다. 이 습관은 내가 그 사람과 관계를 이어나감에 있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었기에 나는 말했다.


"네가 내 말을 자꾸 끊을 때마다,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끔은 모욕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니 그러지 말아달라."


그러자 그는 '넌 싫어하는 걸 잘만 말한다'며 역으로 날 공격했다. 자신은 나한테 서운한 걸 참으며 지내는데, 나 보고는 인내심 없이 왜 참지 못하고 말하냐는 것이었다. 사실 그는 이런 말을 자주 했었다. 대부분 내가 싫은 것을 분명히 말하는 상황에서, '넌 너밖에 모르는구나'라는 말을 들었던 거 같다.


싫어하는 걸 말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걸까?


난 나와 가까운 사람의 행동이나 말투가 내게 상처가 될 때면 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편이다.


"네가 내 말을 끊을 때 난 모욕감을 느낀다."

"사람을 앞에 두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말을 끊거나 사람을 앞에 두고 핸드폰만 하는 것과 같은 행동들은, 나로하여금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을 상실케 하는 행동이었다. 나와 깊은 사람이 저런 행동을 할 때면, 그가 별로인 사람으로 전락할까 무서웠다. 그래서 그런 행동을 보일 때마다 '난 그 행동이 싫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 행동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겐 그 행동이 우리의 관계를 저해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지니, 하지 말아 달라'는 뜻이었다. 이러한 의견을 전달할 땐 최대한 진지하게 말했다. 가볍게 말한다는 느낌을 주면, 그가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기에. 그리고 해당 행동을 또 해서 이런 불편한 말을 반복해야 할 상황이 올 거 같았기 때문이다.


불편할 수 있는 이런 말을 상대방에게 하는 건 내게도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세상에 어느 누가 행동의 자중을 요청하는 일이 쉽고 즐거울까.


하지만 재밌는 건, 여기서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는 것이다.

나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모는 사람과, '내게 사과하는 사람'이다.


나를 이기적으로 만드는 사람들


전자는 대부분 '그게 왜 기분 나쁘냐'로 시작해서 '나도 네 행동이 불쾌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네가 기분 나빠할까 봐 말하지 않았다'라는 말로 이어진다. 내 친구가 내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난 꼭 말한다.

'나의 어떤 행동이 불쾌했는지 말해달라. 사과하고 싶다'

이런 말을 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대부분 동일하다.

'됐다. 난 그런 거 하나하나 말하는 자기중심적인 사람 아니다. 내가 그냥 참겠다.'

이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을 항상 인내하는 존재로, 나는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으로 만든다.


나는 그들의 대화방법이 불편했다. 싫어하는 걸 털어놓으며 조심해달라는 건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을 인지하고 그것을 행하지 않게끔 조심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서로 싫어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공유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물론, 누구나 '나는 그런 행동 싫어하니 조심해달라'는 말을 들으면 당황스럽고 민망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의도는 명확하다. 나와의 관계를 더 견고히 하고 싶어, 용기 내어 내게 말한 것이다. 그 말에 버럭 화부터 내고 받아치기 보단, 당시의 감정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난 상냥한 사람이 좋다


후자의 사람들은 성숙한 태도를 취한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불쾌했다니 미안하다."

이런 말을 하며 정중히 사과한다. 나는 그들의 이런 상냥함이 좋다. 그리고 난 그들에게 나의 행동이 혹시 불쾌한 적이 없었는지 묻는다. 내가 당신에게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싸인을 은연중에 보내는 것이다. 나는 상냥한 이런 자세가 좋다. 이렇게 상냥한 사람들은 '뭐 이런 거 가지고 기분 나빠하냐'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타인이 느끼는 그 감정을 그대로 이해하고 인정한다. 자신의 의도가 어땠든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부끄러워한다.


이렇게 성숙한 상냥함을 가진 이들을 보면, 난 존경스럽다. 이런 상냥한 사람 덕분에 나도 성숙해질 수 있었다. 난 나를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든 그 친구와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다. 그가 성숙한 상냥함을 가지기를 기다릴만한 에너지는 내게 없나 보다. 나 또한 무의식적으로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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