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이식에 앞서 (3)

무균실 입원 전, 필요한 준비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by 강서경
20240830_094941.jpg [아빠 핸드폰에서 발견한 의료진 메모]


일반적인 자가이식 성공률과 다르게, nkt세포 림프종 4기의 경우에는 자가이식 예후도 별로 좋지 않은 듯하다. 이 메모는 최근 발견했는데, 당시엔 내가 모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최악을 가정하는 성격인 내가 그때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얼마나 우울한 염세주의자가 되었을지 안 봐도 눈에 훤하다.




자가이식 전, 필요한 준비물과 주의사항이 적힌 소책자를 병원에서 제공한다(병원 특정의 이유로 첨부하지 않음).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우리 가족은 보호자로서 각자 분업이 잘 된 편이었고, 나는 엄마가 챙기기 어렵거나 귀찮은 일을 거들었다. 물품 발주 같은 것도 개중 하나였다.



Screenshot_20250726_160543_Samsung Notes.jpg 아빠 입원 준비물을 챙기면서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둔 체크리스트


병원마다 규정은 다를 듯한데, 내가 챙기면서 체크했던 것들은 위와 같다.


2차 입원 전까지 시간이 넉넉한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하나하나 구매하다 보니 살짝 빠듯하다고 느껴졌다.


자가이식의 부작용에는 대표적으로 구토와 설사 등이 있고, 속옷은 보호자가 수거해서 빨래하면 된다고 적혀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면회금지(보호자 입원이 가능한 병원도 있다)라서 우리는 일회용 속옷을 챙겼다.




제품 주문목록 일부



20250223_110337.jpg 1차로 구매했던 제품 일부



0. 마스크 - 비말마스크로 챙겼다.


1. 칫솔, 치약



칫솔은 부드러운 솔로 준비. 치약은 기존에 쓰던 것으로 새제품.


우리 아빠의 경우 매일 빳빳한 칫솔모로 분노의 양치질을 하는 편이어서 부드러운 칫솔을 매우 불편해했다.


작은 상처에도 큰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부드러운 칫솔모로 구매해서 챙겼음(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두 개 정도 챙겼다).






20250223_111515.jpg

2. 전기면도기(브라운 S5 면도기)



칼날이 있는 일회용 면도기만 고집하다가 마찬가지로 상처 위험 때문에 전기면도기 새로 구매.


아빠는 쓰던 것만 쓰는 편이고 이를 고집하는 편이라 신문물에 관심도 흥미도 없었기에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서 읽고 사용법을 가르쳐 드렸던 기억이 난다.





20250223_110724.jpg

3. 바디로션, 바디워시 (뉴트로지나 인텐스 리페어 시카에멀젼, 더마비 세라엠디 크림워시)



내가 코덕인 관계로 집에 웬만한 브랜드의 좋다는 바디로션이 거의 다 있었지만, 아빠가 피부 간지럽다고 할 때 뉴트로지나 샘플 써보고 개중 제일 낫다고 하셔서 새 제품으로 구매(컬리에서 세일할 때 구매하면 매우 저렴하다).



마트표 세안비누만을 이용해 평생 샤워했던 분 답게 바디워시는 거의 쓰지 않은 상태로 퇴원했다. 때수건으로 몸을 빡빡 밀어야 샤워해야 씻은 것 같다는 아빠의 성미가 답답했고 이 고집 때문에 온 가족이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20250223_110833.jpg

4. 핸드워시(KF365)



아빠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고 딱히 핸드워시를 고집하는 집이 아니라 선물용을 제외하곤 입원 준비물 챙기면서 처음 사 봤다.


1통만 챙겼는데 쓰다 남은 것은 병원에 버리고 왔다.


해당 브랜드에서 리필은 따로 팔지 않는데 아이 깨끗해 노란색 리필과 호환됨.




5. 종이컵 200개 - 이렇게까지 많이 필요하진 않았던 것 같다. 사 둔 게 집에 아직도 그대로 있음.


6. 1회용 비닐봉지 200개 - 가글, 구토용(다이소에서 롤로 된 제품을 사갔는데 대부분 쓰고 온 듯)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는 편인데, 입원 준비물 챙기면서 일회용품이야말로 감염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필수적이라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20250223_111422.jpg
20250223_111437.jpg

7. 일회용 속옷 - 쿠팡 구매



평소엔 잘 쓰지도 않는 쿠팡의 존재가 너무나 고마웠던 순간이다.


일회용 속옷을 살 일이 뭐가 있겠는가? 준비물 구매하면서 일회용 속옷이라는 존재를 처음 알았을 정도인데.


마사지샵이나 왁싱샵에서 주로 쓰는 듯했다. 개별포장으로 판매하는 건 장점이지만 최소 구매단위가 너무 컸음(100장 정도 한 번에 구매했던 것 같다).


폴리백에 소포장 헤서 50개 정도 챙겨 보냈다(최대한 여유롭게).






20250223_110905.jpg

8. 손톱깎이


집에 널린 게 손톱깎이, 발톱깎이인데 혹시 모를 감염의 위험 때문에 새 제품 구매



9. 박스용 테이프 or 테이프 클리너 - 새것, 머리카락 제거용.


조혈모세포 이식 전 고용량 항암을 며칠 하다 보니 부작용으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건가 싶었다. 다이소에서 테이프 클리너 구매해서 리필과 함께 챙겼으나 잘 쓰지 않았던 건지 거의 쓰지 않은 상태로 다시 가져옴



10. 갑티슈 5통 - 캐리어 칸이 모자라 3통 정도 챙겼는데 얘는 다 쓰고 온 듯




20250223_114912.jpg

11. 물티슈 - 3통



당시 물건을 구매하면서 '무균실', '감염주의' 키워드에 꽂혀있던 탓에 물티슈 하나 구매하는데도 보태보태병에 걸렸다.


신생아용 물티슈 중 가장 비싼 브라운 물티슈로 샀음(도톰한 게 좋은 듯함).


혹시라도 모서리에 긁혀 피부 상처 나면 안 될 것 같아 모든 물티슈의 끝을 가위로 둥글게 잘라서 보냈다.



12. 개인용 슬리퍼 - 항암치료할 때 매번 챙겼던 슬리퍼 그대로 챙겼음


13. 이어폰 - 핸드폰 이어폰으로 챙겨 보냄




20250223_111041.jpg

14. 생수 30개 - 300ml or 500ml



우리 집은 500ml로 챙겼는데 나중에 아빠한테 들으니 식사 때 생수가 같이 나왔다고 들었다(매 끼니 준 건지 하루에 1병만 준 건지는 확실치 않음).


병원 편의점에서 사도 되는데 1개당 가격 차이가 너무 커서 집에서 챙겨갔다.


단순히 병원비 외에도 돈 들어갈 일이 많아서 몸이 고생해도 되는 경우엔 돈을 아끼는 쪽으로 선택했다(무거운 건 내가 들었음).





20250223_115914.jpg

15. 뉴케어 캔서플랜 등 암환자용 영양조제식품 여러 개



고용량 항암 이후에 입맛이 없어서 밥을 안 먹을 경우를 대비해 챙겼다.


안 그래도 힘든 과정인데, 우리 아빠는 치아 발치를 여섯 개나 했기 때문에 밥 먹는데 불편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챙겼다.


뉴케어는 종류별로 구매해 조금씩 넣었고, 전부 마시고 온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캐리어를 포함하여 모든 제품의 외관을 라텍스 장갑을 끼고 소독 티슈로 다 닦아서 챙겼다.



항암부터 자가이식 1차 입원까지 위기는 여러 번 있었지만 결국 잘 이겨내 왔고, 앞선 두 번의 암 역시 이 병원에서 치료했던 긍정적인 결과가 있었으므로 이번에도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입원 날짜가 성큼 다가왔다.

매거진의 이전글자가이식에 앞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