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십 킬로그램 한 상자가 왔다
어떤 선물은 고등어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는 일에
평일의 버거움을 덧붙이는 일
암호 같은 연민을 밀거래 같은 감정에 투사하는 일
칼질이 끝나자 고등어 사체가
햇살에 맨몸을 맡기며 입도 없이 웃는다
웃음은 죽어가는 것들이 마지막 유언을 휘발하는 방식
가볍게 사라지는 목숨이 몸 안에 남아있는 슬픔 같은 거
공허하게 다 잊었다고 공언할 때
바다에 살고 싶던 소망은 흩어지는 구름 조각 같아
구름은 햇살의 아류라서 가진 전부가 철없는 미소
사실은 구름도 슬픔의 혹을 애써 숨기는 것이지만
인간은 바다를 열고 웃음을 손쉽게 꺼낸 후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매번
바다를 손쉽게 닫는다
바다는 슬픔에 절여진 웃음 조각을 밥상에 내놓느라
심장을 쉼 없이 가동하며 여태 투정하지 않는데
단지 인간만이 자신의 수고를 앞세우며 생색낸다
고등어 웃음을 꺼내느라 하루를 바삐 보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