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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순 Nov 13. 2023

찰나를 사는 아이

무심결에 탁자 모서리에 다리를 꽝, 부딪힌다

악, 와르르 쏟아지는 어둠과 비난   

  

바보, 하는 짓이 왜 그래 조심해야지

벌떡 일어나 아픈 아이를 일으켜 쓰다듬는다

     

너는 다리도 없이 어둠을 오래 걸어왔구나   

  

어둠을 들추자 일어서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 

팔을 휘두르자 아이를 물어뜯던 미친개가 도망친다

     

벼랑 같은 어둠을 버린 지가 언제인데

개에 물린 종아리에 악몽을 철철 흘리며

밤거리에 쓰러져 기절한 표정으로 어떻게 걸어온 거니  

   

어둠의 날카로운 이빨을 피해 

해저 동굴 같은 기억 깊숙이 들어가 숨은 이후    

 

공포를 데리고 사느라 너는 절벽 위에 있었구나 

    

열 살 때 미친개가 다리에 박아놓은 흉터에서

붉은 살점 같은 회오리바람

둥둥 물결치며 일어설 때


너는 다리 아픈 별들을 헤며

맨살의 다리를 지키기 위해 

    

몽둥이를 든 슬픔의 자세로

수십 년째 시골 밤길을 캄캄히 오래 걷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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