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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자세

by 강순

어떤 매미는 죽음을 유예하라 시위하고

어떤 매미는 죽음을 겨우 연명하며 신음하고

어떤 매미는 죽기 전 유언을 반복하는 것으로

죽음의 역사를 맹목적으로 쓴다

누군가는 목숨을 내놓은 최후의 발악이라 하지만

여름은 죽음에 가장 권위적인 자세

끝까지 환자의 사망결정권을 허락하지 않는다

삼복더위가 긴 혀를 내밀어 헉헉거릴 때

낡은 운명의 저울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가진 것 없이 아픈 이들이 텅 빈 서쪽으로 돌아누워

성대가 말라가는 벼랑을 끌어안고

파계 당한 비구니처럼 운다


붉게 타오르는 여름의 현 위에서

늘어졌다 당겼다 잠기었다 솟구치는

노을 같은 비명(悲鳴)의 아우성


죽음의 곡선을 통과하고 나면

무슨 계절에 당첨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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