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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순 Nov 13. 2023

구멍 앞에서

                                                                 강순


오늘의 감정은 불이 켜지지 않는 성냥 같군요

불빛도 없는데 엄마는 어느 구멍으로 영혼을 내보낸 겁니까    

 

염(殮)과 입관(入棺), 화장(火葬)을 거치며

붉게 피었다가 혼자 덩그러니 사그라질 때

엄마는 몰이해의 컴컴한 세상을 우두커니 통과한 겁니까

하릴없이 외로운 별이나 되려고 날개를 그리 다친 겁니까    

 

별은 추워도 더워도 울지 않는 심장을 지녔으니

나를 부지런히 잊고 너만 잘살면 된다     


엄마, 날개를 다친 천사 같은 고된 표정을 지우세요

당신이 힘들여 불렀던 노래가 결국 내가 되었잖아요  

   

철없던 내가 불렀던 미숙한 노랫말이

아픈 별을 더 힘들게 만드는

차가운 우주의 감옥이었던 건가요  

   

부싯돌 같은 등판으로 벽을 하염없이 부벼대자

황홀한 별빛이 성냥처럼 반짝 타오르다 구멍 속으로 사그러들어요     


이제 되었다 그만 안녕     


온몸에 상처 난 자리가 증거인 그 별을 

내생에 나는 정말 찾아갈 수 있는 겁니까     


어느 비좁은 구멍으로 내 후회의 머리를 

평생 슬프게 밀어 넣어야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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