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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순 Nov 13. 2023

토끼의 낮잠

후회의 속성은 

백년 동안 해저 동굴에 갇힌 괴물 같아


하지만 토끼야, 오늘의 구름이 저기 손짓하네

반송된 풍문처럼 어제의 우화와 결별하면   

  

낮잠은 벌써

까마귀가 가득한 시커먼 골목을 빠져나와

푸르게 물결치는 보리밭에 도달했어 

     

해일처럼 끓어 넘치는 강박의 목록에

두 줄 박박 긁고     


심신은 어느새 아늑해서 황홀한 그림 

    

경주(競走)의 패배에 안도할 때 

비로소 

충혈된 눈동자가 가라앉고

쫑긋 섰던 두 귀가 어깨를 감싸네      


전경화된 새들과 꽃들이 

바람과 햇살을 품평하는 카페들을 공중에 차려낼 때     


낮잠의 울타리를 뛰어넘은 구름이

휘파람 같은 꿈의 식탁을 

여기저기 차려 놓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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