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관계의 힘

멀리서 찾던 삶의 해답, 가까이 있던 행복

by 헤어지니 강샘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가을날, 문득 뒤를 돌아봅니다. 20년간 미용실을 운영하며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고, 때로는 막막함과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특히 마음이 힘겨웠던 시절, 저는 한 줄기 빛을 찾아 헤매는 작은 존재였습니다.


그때 저를 붙잡아 준 건 엄마의 손에 이끌려 접하게 된 불교 경전이었어요. 세상의 모든 문제 해결책이 그 심오한 가르침 속에 있을 거라 믿었죠. 우주의 이치를 탐구하며 고통스러운 마음을 다스려보려 애썼고, 잠시나마 평온을 찾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삶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겪으며 깨달은 게 있어요. 저 멀리 우주 너머에 있는 위대한 존재나 빼곡한 불교 서적 속에만 궁극적인 삶의 해답이나 진정한 위안이 있는 게 아니더군요. 진짜 저를 살게 하고, 숨 쉬게 하는 힘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의 소중한 대화, 세상에 태어나 가장 깊은 교감을 나누는 자식과의 눈 맞춤, 그리고 묵묵히 제 곁을 지켜주는 남편과의 따뜻한 말 한마디… 이 모든 소박하고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저는 진정한 나를 찾아갔습니다. 누군가의 다정한 한마디에 느껴지는 따뜻한 촉감, 그 속에서 저는 살아있음을, 그리고 다시 살아갈 수 있음을 느꼈죠. 신에게 드리는 기도보다, 눈앞의 사람과 나누는 공감이 훨씬 더 큰 위안과 힘이 된다는 것을요.



물론 여전히 엄마는 가끔 불교에 대한 강한 믿음을 저에게 권유하시곤 해요. 때로는 제 현실적인 고민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처럼 느껴져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지만, 이제는 압니다. 엄마 또한 저마다의 삶의 고통 속에서 당신의 방법으로 빛을 찾아왔다는 것을요. 저는 그저 묵묵히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써봅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의 아이에게 시선을 돌려봅니다. 나는 어떤 감정으로, 어떤 말로 내 아이를 살리고 있는가? 혹은 혹시 모를 답답함으로 아이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저도 좋은 엄마이고 싶으니까요. 멀리서 찾아 헤매던 삶의 해답이 사실은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 있었던 것처럼, 제 아이에게도 숨 쉴 수 있는 따뜻한 관계의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배운 삶의 이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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