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미용실 문턱에서 배운 관계의 기술

흘러가고, 머물고, 가벼워지기까지

by 헤어지니 강샘

한자리에서 봄스헤어라는 이름으로 미용실을 운영해 온 지 어느덧 20년. 그 세월 동안 이곳 봄스헤어의 문턱을 드나들었던 수많은 관계 속에서 제가 깨달은 삶의 지혜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볼까 해요.


저는 늘, 제가 고객님을 기다리는 직업이라는 것을 자각하며 살아왔어요. 한 분 한 분이 저의 공간을 찾아주셔야 비로소 저의 존재 가치가 빛나는 거죠. 그래서일까요? 한때 저는 관계에 대해 유독 집착이 심했어요. 고객님과의 관계가 제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저의 작은 실수라도 발견되면, 스스로를 끝없이 괴롭히고 자책하던 시간들이 분명히 있었죠. '내가 뭘 잘못했을까?', '혹시 저분이 떠나가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들로 밤잠을 설치기도 했고요. 그런 불안감과 조바심이 저를 좀먹는다는 걸 깨닫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곳에서 20년이라는 긴 시간은 저에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어요. 꼭 고객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제 인생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말이죠. 때로는 오랜 친구처럼 편안했던 고객님도, 의기투합하며 꿈을 나누었던 동료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서로의 길이 달라져 떠나보내야 할 상황이 오더군요. 처음엔 그게 너무 아프고 붙잡고 싶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어요. 진정으로 좋은 관계는 붙잡으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흘려보낼 인연이라면, 좋은 마음으로 웃으며 보내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요.


그 깨달음은 저를 참 많이 성장시켰어요. 이제는 굳이 관계의 끈에 연연하지 않아요. 억지로 붙잡으려 애쓰는 대신, 지금 이 순간 저를 찾아주시는 고객님 한 분 한 분께 저의 모든 진심과 정성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죠.


왜냐하면 인연이라는 건 저 혼자만의 마음과 노력만으로 지속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으니까요. 서로에게 끌어당기는 힘,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자연스러운 흐름.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아름다운 관계가 꽃피운다는 것을요.


그렇게 관점에 변화가 생기자, 신기하게도 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어깨를 짓누르던 책임감이나 불안감 같은 것들이 스르륵 사라진 느낌이랄까요? 이제는 관계의 무게에 짓눌리기보다, 현재의 만남에 온전히 집중하고 감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 제 앞에 계신 고객님에게 최고의 만족과 행복을 선물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요.


20년간 이곳 봄스헤어에서 참 많은 분들을 만나고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인연 덕분에 저는 미용사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단단해지고 깊어졌어요. 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죠.


브런치에서 만난 인연 또한 저에게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모든 관계가 아름답게 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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