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상]

이 찹찹함이 주는 선물, 나를 안아주는 계절

by 헤어지니 강샘

가을바람이 찹찹하게 뺨을 스치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아릿해져 오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차가워진 공기, 붉고 노랗게 물드는 단풍들 사이에서, 저는 매년 이맘때면 똑같은 감정을 마주하게 돼요. 마치 피부에 닿는 바람 한 줄기, 코끝을 스치는 싸한 공기마저 과거의 어떤 순간을 끄집어내는 듯하죠.


힘겨웠던 시절의 공기, 그때 그 피부에 닿았던 차가운 바람… 그 모든 감각들이 가을이라는 이름으로 저를 찾아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라기보다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려지는 뭉클함이랄까요. 이 뭉클함은 단순히 슬픔이 아니에요. 오히려 감사와 위로가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의 파도입니다.



잘 버텨냈구나, 나의 가을에게 건네는 위로


저는 가을이 오면 일 년에 한 번, 유독 많이 울곤 합니다. 눈물을 섞어 흘려보내고 나면, 그 시절의 제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굳건히 서 있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다가와요. 마치 어린 시절의 저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 잘 버텨줘서 고맙다" 하고 다독이는 기분이랄까요. 누구에게 기대는 것이 어색하고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려 했던 지난날의 습관들… 어쩌면 그것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너무 좋아했던 나머지 상처받기도 했고, 그 경험들을 통해 비로소 나라는 존재의 자유를 찾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자유를 알지 못했을 땐, 제가 저의 살을 깎아 먹듯 스스로를 아프게 했던 날들도 많았죠. 지금 돌이켜보면 참 한 끗 차이인데, 그 한 끗 차이를 깨닫기까지 왜 그리 긴 터널을 지나야 했는지. 아마도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그리고 깨달음은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는 세상의 이치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세상이 내게 내어준 것들


인생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는지, 어떤 마음을 먹고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그 모든 것에 따라 세상은 비로소 저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더군요. 그 이치를 깨닫고 나서 저는 진정한 자유를 얻은 기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게 되었어요.


어쩌면 이 가을은, 그때의 추억을 곱씹어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하라는 세상의 속삭임은 아닐까요. 힘겨웠던 순간조차도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도, 가을이라는 이 선물 같은 계절 앞에서 또 한 번 스스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깊은 감사가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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