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정을 나누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내 어려움을, 나의 슬픔을, 나의 우울감을 가족이나 친구,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누면 그 무게가 반으로 줄어들 줄 알았다.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밤새 끓어오르는 울화를 토해내면 누군가는 따스하게 나를 안아주고, 내 고통의 근원을 콕 집어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다. 그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기대를 버리고 깨달은 현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건 너무나 순진한 바람이었다. 나의 감정을 털어놓을수록 돌아오는 건 공감보다는 오해였고, 해결책보다는 덧씌워지는 걱정뿐이었다. 때로는 되려 내가 감당해야 할 짐이 더 늘어나는 기분마저 들었다. 나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복될 뿐,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나는 망연자실했다. 왜 그토록 다른 사람에게, 그들의 말 한마디와 위로에 집착했던 걸까. 누군가가 내 문제를 해결해 주고, 내 감정의 폭풍우를 잠재워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고독한 성장통과 진정한 나
점점 나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돈도 벌게 되었다. 겉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성공한 삶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내 안에서는 전혀 다른 전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공황장애라는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고,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워졌다. 북적이는 사람들 속보다, 그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나만의 동굴 속에서 홀로 있는 시간을 갈망하게 되었다. 왜일까? 정말 왜일까.
하루 종일 미용실에서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맡은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그 내려놓는다는 것은,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겠다는 단절을 의미한다. 나를 힘들게 하고, 내 마음에 아주 작은 상처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관계라도 기꺼이 끊어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것이 내가 살아남을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방어해야만, 더 이상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고. 이제는 다른 사람이 내 문제의 해결사가 되어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위로를 받고자 내 감정을 드러냈지만, 그럴수록 상대방은 나를 오해하고 진정으로 나를 이해해 주는 이는 없다는 차가운 진실만 마주할 뿐이었다. 시시콜콜 가십거리로 전락하는 감정들 속에서, 결국 내 감정은 나만이 온전히 품고 극복해야 하는 숙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홀로 서는 용기, 그리고 내가 걸어가야 할 길
그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아프고 힘든 순간들을 수없이 겪어왔다. 그 상처는 너무나 깊어서, 결국 이 모든 문제는 '나 자신이 해결해야 할 몫이구나' 하는 뼈아픈 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누구에게도 내 감정을 교류하지 않으리라.
어떤 이들은 이런 나를 보고 차갑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의 감정이 철저히 배제된 그 공간에서,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이끄는 사업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내 감정은 오롯이 나만 알면 되니까.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아니까.
홀로 서는 용기 속에서 더 단단한 나를 발견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