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빚어낸 나의 미용 이야기

치열함에서 철학, 그리고 삶으로

by 헤어지니 강샘

사진첩 한 장을 펼쳐 봅니다. 쨍하고 뜨거웠던 20대의 제가 그 안에 서 있네요. 그때의 저는 오직 미용 그 자체였어요. 가위를 든 손은 쉴 틈 없이 움직였고, 열정은 활활 타올랐죠. 뒤처지지 않기 위해, 최고가 되기 위해 미친 듯이 기술을 익히고 트렌드를 좇았던 시절… 치열하다는 단어가 제 청춘의 전부였습니다. 오로지 성장만을 향해 달려갔던, 어쩌면 좀은 위태로웠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제20대였죠.



그리고 맞이한 30대. 기술은 제법 숙련되었지만, 문득 ‘무엇을 위해 이 가위를 드는가’라는 질문이 찾아왔어요. 겉으로 보이는 기술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깊이가 느껴졌달까요. 다른 건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미용 철학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흔들리지 않고 오래도록 이 길을 걷기 위해선 저만의 단단한 뿌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시기였습니다. 저 자신을 정의하고, 미용에 대한 저만의 신념을 세워나가야 했던 중요한 10년이었죠.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것을 넘어, 고객 한 분 한 분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시작된 것이요.


그렇게 세운 저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40대는 드디어 진짜 미용이 무르익어가는 시기였습니다. 제 색깔이 선명해지고, 고객의 머릿결 하나하나에 제 진심이 스며드는 순간들을 경험했죠. 이제 막 40대의 막바지를 보내고 있는데, 돌이켜보니 정말 나다운 미용을 펼쳐 보였던 시간들이었네요. 기술을 넘어선 감성과 진심이 더해지니, 미용은 어느새 저의 분신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50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50대의 저에게 미용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도 삶 그 자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잔잔하게 오래도록 저 자신을 사랑하며 이 미용이라는 일에 저의 모든 가치를 녹여내고 싶어요. 기술과 철학, 그리고 세월이 준 지혜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낼 저만의 예술… 벌써부터 설레네요.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배움이었고, 저를 완성시켜 가는 과정이었어요. 치열했던 20대, 철학을 찾아 헤맨 30대, 그리고 비로소 무르익은 40대를 지나… 이제야 진정으로 미용을 즐길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의 50대 미용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