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가슴 벅찬 꿈을 안고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어요. '신사의 나라'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따뜻하고 영감 가득한 사람들이 모인 곳일 거라 믿었지요.
처음 마주한 런던은 정말 황홀했어요. 북적이는 시내, 밤을 밝히는 빅벤의 조명, 템스강 위 타워브릿지의 낭만까지. 눈에 담는 모든 것이 감성 그 자체였지요!
그런 낭만적인 도시의 사람들은 어떨까? 언어의 장벽 앞에서 좌충우돌하며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호의적이었고 먼저 친절을 베풀었어요.
'신사의 나라' 사람들이니, 내가 곤경에 처하면 몸에 밴 친절로 기꺼이 손 내밀어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건... 나의 큰 착각이었어요!
그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선이 분명한' 사람들이었어요. 친절이 몸에 배어 사람을 알뜰살뜰 챙기는 것도 아니고, 가진 것을 쉽게 내어주지도 않았지요.
따뜻한 '정' 같은 건 도무지 느낄 수가 없었달까?
당시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배타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마 머나먼 타국 땅에서의 외로움,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더 따뜻한 정을 갈구했나 봅니다.
그때부터 나라별 '국민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20대 초반의 나는 솔직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정작 멀리 타국에 나와보니, 우리가 가진 고유의 국민성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함께 웃고 울며 '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같이 불같이 화도 내고, 붉은 물결을 만들며 미치도록 응원하는 뜨거움!! 이런 우리의 고유한 정서는 전 세계 모든 시민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어요.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의 국민일수록 개인의 선이 분명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관계 맺음에 인색하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죠!!
돌아와서 살다 보니, 한국인이라는 게 새삼 자랑스러워졌어요. 타국에서의 경험이 역설적으로 나의 '애국심'을 더 키워준 셈이지요. 우리가 가진 강점, 한국인만의 정서, 한국인의 '정'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가치인데, 우린 가끔 이걸 너무 당연하거나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아요.
내 삶의 태도에 우리가 가진 이런 고유한 가치들을 먼저 '자부심'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하게 깔아 둔다면 어떨까요?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단단함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타국에서 느꼈던 '우리'의 가치를 마음에 새기며, 오늘부터 나는 '한국인'으로서 내 삶을 더 당당하게 사랑하기로 했어요.^^우리의 정이 담긴 따뜻함과 뜨거움을 내 안에도 가득 채우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