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었다

관계의 배신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까지

by 헤어지니 강샘

나는 평생 인간관계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사람을 좋아해도 정말이지 너무 좋아했고, 한번 맺은 인연은 어떻게든 소중히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름의 확고한 원칙까지 세워가며,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관계의 울타리를 단단히 쌓아 올리려 애썼다. 상대를 믿고 우리의 관계를 지키는 것에 나의 많은 에너지와 진심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미용실을 운영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부딪히면서, 어쩌면 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너무 순진했거나 혹은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일 다양한 손님들을 응대하다 보니, 그 사람의 짧은 표정 변화나 무심한 말투, 미묘한 억양만으로도 그 속에 담긴 생각이나 감정이 읽히는 때가 많아졌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능력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함과 회의감이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생겨난 이런 통찰이, 혹시 나만의 이중적인 잣대가 되어 타인의 인간성에 섣불리 선을 긋고 그 사람 자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그런 '타인을 읽으려는 시선' 자체를 거두려 의식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에 목매달았던 내가, 장사를 통해 인간 심리의 복잡성과 이면을 알게 되고 나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장 믿고 의지했던 절친들과 예상치 못한 이유로 갈라서게 된 사건은 내 삶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내가 정말 잘 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누구보다 기뻐하고 응원해 줄 거라 믿었던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축하가 아닌 시기와 질투였고, 심지어 나를 깎아내리려는 악의적인 말들까지 들려왔다.

그때 느꼈던 배신감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마치 그동안 내가 공들여 쌓아 올린 인간관계라는 성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충격과 아픔 속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마음고생이 심했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마저 흔들렸다. 하지만 그 힘든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무너진 관계의 파편들을 하나씩 주워 담으며 비로소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고통스러운 시간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의 시기였음을….!!



만약 그때 그런 일을 겪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아직도 '우리의 관계를 지켜야 한다'는 알량한 의무감에 묶여 피곤한 인연들을 억지로 끌고 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사실은 타인의 시선과 인정에 더 매달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땐 정말 '사람이 좋아서' 그랬다고 믿었지만, 어쩌면 관계 속에서 나를 증명하려 했던 유치함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렇게까지 사람에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생에 진정한 친구는 단 한 명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말이 이제야 가슴 깊이 와닿는다. 수많은 스쳐가는 인연 속에서 나를 피곤하게 만들 필요 없이, 오롯이 내 마음을 읽어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나를 응원해 주는 단 한 사람의 친구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만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썼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나 자신을 소모하며 피곤하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고, 여러 경험을 겪으면서 이제는 알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관계는 다른 누구와의 관계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과의 관계라는 것을…


그래서 이젠 오직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다. 내 감정에 귀 기울이고, 내 성장을 위해 에너지를 쓴다. 그렇게 하니 거짓된 관계 속에서 방황하던 나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고 내 인생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관계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 그것이 비로소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길임을 알게 된 것이다. 만인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었다. 나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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