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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누가 키우나?

by 강수화 Feb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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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나는 주말부부다. 회사가 서울 우리집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닌데다 24시간 가동체제라 남편은 회사부근 집에서 지낸다.

 처음 남편이 집에서 마누라가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지 못하고, 혼자 잠자리에 드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미안하고 아팠었다.

나이 50대 후반을 넘어가며, 서서히 떨어져 지내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쩌다 한 주 거르고 오지 않으면 복권 맞은 듯 고맙고 반갑기까지 다.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나 커뮤니티 등에서 이 말을 하자 ‘50대 이후 주말부부는 3대 이상 덕을 쌓지 않고는 주어지지 않는 복(福)’이라며, 너도 나도 부러워했다.


 남편 또한 일하며 즐거움을 찾는 부류여서 굳이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으로 전환한지 오래다. 혼자 있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이보다 행복한 중년이 없다고 자평하며 마음껏 내 시간을 향유하는 편이다.


 사람은 각자 우주이며 개체다. 생물학적으로 ‘암수’가 굳이 붙어있을 필요가 없는 시기가 되면 자신만의 공간에 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4차 산업의 도래로 가족이 떨어져 있음에도 함께 할 수 있는 요소가 도처에 넘쳐난다. 지구 반대쪽에 있어도 실시간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이버 공간, 가족단톡방 등이 그 예다.


 엊그제 어느 당에서 주4일 근무제 운운했다.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국민정서와 거꾸 간다'였다.

 소는 누가 키울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요즘 인간 수명이 길어지며 정년을 맞이했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퇴직한 사람들이 어디 일 할 곳 없는지 찾는 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부모 세대에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건강악화를 불러오기도 했지만, 요즘은 일하지 않는 것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배적이다.

 아마 주 4일제가 도입된다면, 부부는 서로 눈치보며 알바라도 뛰었으면 할 것이다. 집 현관에는 배달시켜 먹은 플라스틱 용기들이 즐비하거나, 부엌에서 보내야 하는 배우자의 한숨 소리가 문밖으로 새어나갈 게 뻔하다.


 정치인들이 쉬는 날 골프를 치며 온갖 취미생활 다 하니, 국민 저변의 생활에 대해서 영 무지한 듯하다. 전형적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논리가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매일 붙어있어도 사랑이 넘쳐나는 부부가 있을 테고, 주4일 근무하며 자기 시간 갖기를 희망하는 청년들 또한 당연히 존재할 테니.

 하지만 자원하나 없는 국가에서 주4일 근무는 물가상승과 인플레를 가속화시키고,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불러오리라는 예측은 불 보듯 뻔하다.

내가 사는 주변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불행하다는 사람보다 할 일이 없어 불행하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 정치인들 노림수가 너무 뻔하고 저속하여 무작정 따르려고 했던 지난날이 억울하고 바보스럽기까지 다.

 이만큼 일궈온 민주화를 마치 자신들의 전매특허인양 입에 올리는 일조차 가소롭다.


 요즘 국민들 너무 똑똑하다. TV, 휴대폰 등, 켜면 나오는 시사프로에 정치 또한 각자의 신념대로 자리한다. 누가 옳고 그른 게 아니라, 모두가 옳고 모두가 다르다.    

  

 만약 대통령이 이런 정책을 내놓았다면, 나의 거친 혀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앉아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가?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제발 탁상행정 좀 그만해!"

하기사 제 정신 아니니, 이런 형국으로~~~


여도 야도 모두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쁘다. 국민을 이끄는 게 아니라 국민 수준을 따르지 못해, 국민이 정치를 이끌고 있다.

이상 정치인들의 혀에 놀아나지 말고, 본인 밥그릇 정치인들이 빼앗아 가지 않는지, 단도리 잘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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