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수화 Dec 09. 2023

신의 선택


*요즘, 책 출간했다고 하면 돌아서 ‘개나 고양이, 쥐까지 책을 내더라’며 비웃는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인간 수명이 길어지며 은퇴 후, 자서전이나 수필집 한 권씩 내는 사람이 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글인들 쉽게 만들어진 게 있겠습니까. 결단코 없습니다. 각자의 골수를 짜내고 영혼을 팔아, 엮어진 귀한 열매들일 것입니다.

 개(dog)는 몰라도 절대 '고양이, 쥐'는 근접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대신 글 쓰는 사람이 늘어나니, 위의 조소나 비웃음 등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의 사명 내지 운명이라 생각합다.

 

아무리 현대 정치ㆍ정치인이 미워도, 누군가는 당과 조직을 만들고 나라를 이끌어야 하듯, 문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활자가 공해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어느 누군가에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리라 믿습니다.


 “아아, 또 책 냈다고?”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또 책을 내서요.

 제발 한번만 봐 주세요!(웃음) 

         

<추천사-1>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거나 규명해야 할 바탕은 인간의 원천적 본질(本質)이다.

우주의 섭리로 별에서 흩뿌려진 생명체들이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으며 빚어지는 세상 속 상황을 작가들은 나름의 성향으로 서술한다.

강수화 작가의 소설은 위의 본질에 버금한다. 조형된 미적 인물의 구조보다 생명체 본성의 색깔을 원색 그대로 오만하게 드러낸다.

생존증훈군, 신의 선택, 인간등급 등, 게재된 7편 모두가 그러하다.

생명에의 외경심과 경시, 양심적 본질(本質)이 마비된 인성(人性)의 인간 군상들이 작가의 경험적 바탕위로 거침없이 노출된다. 편편마다 마치 작가의 한(恨)이 서려있는 듯 주제가 리얼하고 무겁다, 위선이나 궤변이 없어 통쾌하고 시원하다.

 작가는 이미 두 권의 장편소설 「왕자와 무수리의 결혼이야기, 「멘도타 성(城)으로 가는 길」을 출간한, 저돌적인 역량을 펼쳐 보인 바 있는 작가다.

 이어 상재한 첫 단ㆍ중편소설의 긍정적 반응을 크게 박수쳐 응원하고 축하하며, 독자들의 일독을 권해본다.  


 -김지연(金芝娟)

한국소설가협회 명예 이사장

      


<추천사-2>   

  

 우리에게 소설 ‘데미안’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시인 헤르만 헤세는 ‘삶이란 자기 자신을 향한 길을 걷는 일’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길 좋아했다. 누구도 완전하게 자기 자신이 되어보진 않았지만, 자기 자신이 되려고 애를 쓰면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뿐이라고 했다.

 강수화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헤세의 말이었다. 강수화 작가의 소설엔 인간 강수화의 실존적 삶이 잘 스미어 있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자신의 특성과 기질은 물론,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인연들의 특성과 기질도 잘 알고 있다. 그는 그러한 것을 갈무리하여 소설로 풀어냈다.

 이번 소설집 ≪신(神)의 선택≫에 실린 소설들도 마찬가지이다. 강수화 작가는 없는 이야기를 억지로 지어내지 않는다. 자신이 살면서 보고 듣거나, 직접 겪은 일들을 실마리 삼아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러기에 그의 글은 허무맹랑하지 않다. 소설이 허구라는 것은 진실을 드러내는 허구이지, 아무 의미 없는 허무맹랑한 허구가 아니라는 뜻이다.

 소설은 없는 일도 상상으로 만들어 붙인다. 하지만 상상이라는 것도 현실을 바탕으로 했을 때 제대로 발휘된다.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자칫 공상이 되고 만다. 상상은 쓸 데 있는 생각이지만 공상은 쓸데없는 생각일 뿐이다. 사는 데에 공상도 때론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기발한 생각을 공상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짜임새 있고 감동을 주는 소설은 공상이 아닌 상상이 더 잘 그려져 있을 때이다.

 강수화 작가의 소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과감히 깨뜨림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걸 보여준다. 헤세가 ‘데미안’에서 그랬던 것처럼 밝은 세계를 그리는 만큼 어두운 세계도 같이 그리고, 선과 악이 공존하고, 기쁨과 슬픔이 함께 존재하는 세상을 그린다. 그러면서 등장인물들 스스로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모습이 진실하게 그려져 있다. 이러한 점 모두 강수화 작가 스스로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많이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 박상률(작가)            


                                                                           







           

작가의 이전글 이중섭 전시회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