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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파 강성호 Aug 27. 2023

엄마의 날

내가 그 “엄마의 날”을 정하게 된 때를 정확하게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꼭 언제라고 말 하라고 하면 그냥 아이들 한창 자라고 손이 제일 많이 갈 때였다. 내가 바깥에서 일을 하고 아내는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는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에 한 달에 한 번, 아내의 집안일 거들어 주면서 시작된 “엄마의 날”은 그렇게 아내가 하루 쉬는 날로 정해지게 된 것이다. 지금은 개천을 덮어 도로가 되어버린 봉천1동 파출소 근처 개천가 살았고 큰아이 6살이고 작은아이 3살 무렵이라 아이들도 특별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어렸기도 하였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한 것은 아닌 이유도 있을 것이다.


다만 기억이 나는 이유 중 하나는 공무원 봉급으로 없는 살림에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고 종종거리며 살았던 시절, 아내는 시부모님께 쪼개고 쪼개 생활비며 용돈을 보내면서 무던히도 맘고생을 하였을 때였다.

어느 날 저녁 퇴근하고 돌아온 나에게 아내는 옆집 여자와 나눈 이야기를 해주었다.

“새댁 신랑은 뭐해?”

“예 공무원이요. 학교에서 근무해요.”

“아 그래? 밥은 먹고 살아?”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생활이 안정적이라는 매력 외에 급여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살림이 어렵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렇게 애써 웃으며 옆집 여자 이야기를 해주던 아내가 참으로 안쓰러웠던 날, 내가 해 줄 수 없는 무력감도 들었지만 다른 방법을 생각했던 것이 도와주는 일 말고는 없었다.

그 배고프고 어려웠던 시절, 내 기억에 “엄마의 날”은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로 기억된다.


그렇게 시작 된 우리 집, 한 달에 단 하루만인 “엄마의 날”에는 나의 어설픈 주부 놀이로 아침부터 온 집안이 즐거움과 웃음으로 가득했고, 내 손도 늘 실수투성이였지만 부서지고 깨지는 접시보다 더 큰 행복은 아이들 웃음소리가 힘이 되었고, 고사리 손으로 엄마 어깨를 주무르고 토닥거려주며 즐거워하는 것으로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로 만들어 갔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상계동에 살 때, 많은 날 들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나는 아침은 반드시 집에서 일찍 먹고 습관이 있다. 술 좋아해서 내 차로 출퇴근하기 보다는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였는데, 대중교통에 사람 많은 것이 싫어 아침 일찍 출근을 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이일저일 도와가며 새벽밥을 차리며 가정을 꾸려가던 아내도, 세월이 지나 환갑이 지난 아내 머리에 서리가 내려 흰 머리카락보다 검은 머리카락 찾는 것이 더 빠른 지금도 나만의 “엄마의 날”에서 “아내의 날”은 매일매일 진행형이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다더니 3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가고 나도 퇴직을 하면서 “엄마의 날”은 다시 매일매일의 진행형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어쩌면 다시 진행형으로 바뀌었다기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다는 표현이 맞는 말이겠다. 나는 이제 퇴직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살면서, 평생을 지켜준 아내에게 이제는 내가 지켜주고 도와줄 시간이 되었으니 새벽 일찍 일어나 내가 아침상 차림은 남은 생애 내가 다 해준다고 약속하였다.


아직은 나의 인생 2막에 바쁜 날들이 더 많지만, 그래봐야 오전부터 일과 시작되고 새벽 일찍 나가는 일은, 정말 오래 전부터 취미로 하던 사진 출사와 장뇌삼 밭에 가는 일, 말고는 이른 아침 외출은 별로 없다. 이제 어설픈 주부놀이에서 잘하는 주부가 될 시간도 지났건만 매일 아침, 내가 아침상을 차리고 있으면 아내는 옆에서 아직도 주부가 되려면 멀었다고 깨알 같은 잔소리다. 그 잔소리에 깨소금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것을 보면 아직은 아내가 건강하고 힘이 철철넘치나보다.


그렇게 아침이면 소담하게 차려진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아내와 마주 앉아, 구수한 된장찌개 뚝배기에서 낚시질하듯 끄집어 올린 옛날이야기를 도란도란 세월이라는 기억으로 포장하고, 손주들에게 전해 줄 너희들의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보따리를 다듬어 가고 있다.


물론, 내일도 모레도!!


18. 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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