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이야기
우리는 로또가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이라는 걸 안다. 매주 수많은 사람이 로또를 사지만, 당첨은 단 한 사람, 혹은 소수에게만 허락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로또를 산다. 왜일까? 그 대답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기대’에 있다.
사람은 기대 없이 살 수 없다. 삶이 아무리 고되고 반복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로또는 그 희망을 손에 쥘 수 있게 해 준다. 그것이 바로 ‘꿈을 산다’는 말의 진짜 의미다.
로또는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판다. 잠깐 동안이라도 지금의 현실을 벗어나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만나고 싶은 사람, 가보고 싶은 곳. 그 상상은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우리를 위로해 준다.
이 상상은 예술과 닮아 있다. 소설을 쓰는 작가가 누구도 읽지 않을 글을 쓰고, 화가가 팔리지 않을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언젠가’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로또도 그와 비슷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 ‘언젠가’를 붙들며 오늘을 산다. 그래서 로또는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기대의 구조’다. 그 기대는 현실을 버티게 만드는 힘이 된다. 실제로 당첨되든 아니든, 중요한 건 ‘가능성’이라는 감정이다.
삶이 너무 팍팍할수록 사람들은 로또 같은 기대를 찾는다. 그건 도피가 아니라 생존 방식이다. 무너진 자존감, 고장 난 관계,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사람은 무언가 다른 차원의 희망을 바라게 된다. 로또는 그 공백을 채워주는 감정의 장치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다. 로또를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당첨되면 회사를 그만둘까?", "그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은 뭘까?" 이런 질문들은 자기 인생을 재점검하게 만든다. 결국 로또는 삶의 방향을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로또는 단순한 행운의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삶에 대한 기대와 상상, 그리고 자기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기획이다.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가고, 그걸 향해 나아가는 작은 결심을 품는다.
물론 로또가 인생을 바꿔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기대하는 마음’은 언제나 삶을 바꿀 수 있다. 그 마음이 있는 한, 사람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니 로또를 사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자신을 믿고 싶어서다.
그래서 우리는 로또를 꿈꾼다. 당첨이 아니라, 기대를 갖고 있는 자신을 확인하고 싶어서. 나도 언젠가, 나도 혹시… 그런 생각 하나로 오늘을 견딘다. 로또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가 기대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마음의 복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