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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 Nov 06. 2015

#북촌, 요조 그리고 책

북촌의 무사를 가다

저 내일 휴가입니다.


내일 뭐하는데?


그냥 혼자 가보고 싶었던 책방도 가보고
영화도 보고 하려고요


참 재밌게 산다.


어제 파트장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오늘 아침, 집을 나섰다.



[북촌]

북촌의 거리는 독특하다.

그냥 지금 시대에서 보기에 말이다.


왜냐고?

브랜드나 프랜차이즈 상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구경할 거리가 많다.


집을 나서면 항상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는데

북촌길을 걸을 땐 잠시 이어폰을 빼도 좋다.


한적한 길거리를 걸으며

두런두런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뚜벅뚜벅 내 발걸음 소리,

살랑살랑 불어 대는 바람소리를 놓치긴 아깝다.


[무사]

"망하지 않고 무사히 운영됐으면 좋겠다"

라는 뜻에서 지어진 책방

'무사'


몇 평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을 들어서니

예쁘장하게 생긴 그녀가 있었다.

책을 좋아한다는 그녀

가수 요조가 북촌에 책방을 냈다는 소식은

여타 언론에 많이 소개가 되었다.


휴가를 내고 갔으니 한적했지,

주말은 정말 북적거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책은 생각보다 꽤 많이 진열돼 있었다.

작은 공간에 있는 책을 보니

무언가 보물창고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도 받는다.


추천하는 코너로 보이는 곳을 보니

재밌는 문구가 있다.

실제로 그녀는 오른손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깁스에는 네임펜으로 이런 글이 쓰여있었다.


내가 다침

위트 있는 문구였다.

단 둘이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기에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싶었지만

그녀는 TV에서 보던 것처럼 시크했다.


그래서 책방을 나설 때까지

별 대화를 하지 못했다.

그저 진열된 책만 계속 읽었다.

중간에 건물 주인장인지,

동네 아주머닌지 들어오셔서

그녀에게 고지서를 전달해주셨다.


그리고 입구에 비닐을 만지작거리시며

바람이 들어온다, 이거 바꿔야 되지 않느냐 하면서

속사포 랩을 하셨다.


그녀는 여전히 시크하게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대꾸없이 그냥 그 모습을 바라본다.


그 상황을 바라보던 나는 속으로 키득키득거리며

혼자만의 웃음에 빠졌다.


웃음기 없는 시크녀와

수다스러운 할매와의 대화.


[그녀가 고른 책]

무사의 장점은 그녀가 고른 책인 것 같다.

일반 서점에서 책을 고른다는 것이

Soulless로 포현이 된다면

무사에서 책을 고른다는 것은

그녀와의 대화가 아닐까 싶다.


당연히 일반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베스트셀러 따위는 없다.


'그녀는 이런 책에 관심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구경하게 된다.


그렇게 6만 원이 넘는 책을 샀다.

물론 바보 같은 구매다.


최근 전자책으로 돌아선 나에게

종이책은 똑같은 내용에 더 비싼 책이며,

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더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책을 산 이유는

무사라는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을

구매하고 싶어서이다.


요조가 쓴 에세이도 있어서 구매하고

사인까지 받았다.


정말 시크한 그녀지만

쓴 글을 읽어보면

생각의 깊이가 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언젠가는

그녀와 두런두런 대화를 해볼 날을 기대하며,

그렇게 책방을 나왔다.


가끔 일상에 지치고 피곤할 때,

북촌거리를 한적하게 걸어보고

무사에 들러 그녀가 고른 책들을 구경하는 것도

리프레쉬의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웃음기 없는 시크한 그녀지만

스리슬쩍 보이는 책 선정 위트에 웃음이 나온다.


강선생과 대화를 하고 싶다면?

강선생에게 문의를 하고 싶다면?

카카오톡 ID : @kangsuns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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