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은 없다

2012년 X월

by Ten
첫 만남

그녀와 처음 만난 건 2004년인걸로 기억한다. 21살? 미팅에서였다. 나왔던 멤버들 중에서 가장 눈에 뜨였고, 빨간색 원피스가 인상 깊었다. 이런저런 썸씽이 있었지만 썸으로 끝나고 2년이 1번꼴로 안부정도만 묻던 오랜 친구 정도로 지내고 있었다.


연락

2012년 연말이 다가오자 못 봤던 친구들을 생각해 보게 됐는데 마침 네이트온에 그녀가 있어서 안부를 묻게 되었다. 그리곤 올해가 가기 전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약속을 잡았다. 그녀도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우리는 만났다.


변화

거진 10년 만에 만난 그녀는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발랄하고 명랑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의 여인이 되어 있었다. 물론 아담한 키에 귀여운 얼굴은 변함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간 많은 사건 사고를 겪어서 성격이 변했다고 하는데 왠지 바뀐 분위기가 훨씬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감성적인 부분과 여러 가지 잡생각에 공감을 느끼던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연락

사귀고 나서 더 좋아진 나는 그녀에게 자주 연락을 했다. 좋을 땐 뭐 자존심도 없다고, 그녀가 나한테 연락을 안 하는지 몇번 연락이 왔는지 세거나 하는 따위는 하진 않았다. 그냥 내가 보고 싶으면 하고 그랬다. 근데 어느 순간 그녀에게 먼저 연락이 거의 오지 않는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찌질함의 징조였던가..


회식

회사에서 회식을 하게 되었다. 밤 11시쯤 되었을 무렵, 그녀에게선 전혀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약간 취기가 오른 상태로 전화를 걸었다. "나 회식 중인데~ 남자친구가 밤늦게까지 회식하는데 연락 한번 없냐~? 걱정도 안돼~?" 아마 회식하는 걸 뻔히 아는데 연락 한번 없는 게 서운 했었나 보다. 여자친구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나 자고 있었는데.. 걱정을 왜 해. 걱정 같은 거 안 해. 믿으니깐 사귄 거고, 집에 알아서 잘 들어갈 거 믿으니깐 연락 안 한 거지" 뭐 ...맞는 말 같아서 반박할 수는 없었는데 기분이 좋아야 하는 건지 나빠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과거

그 사건 이후로도 비슷한 사건이 자주 발생했다. 그래서 그녀가 이런 말을 했다. "난 원래 질투도 잘 안 하고 연락도 먼저 잘 안해, 그래서 엄마랑 언니가 네 남자친구가 불쌍하다고, 먼저 연락 좀 하라고 말하곤 했어" 원래 그런 사람이란다. 그럴 수 있지. 그래, 그럴 수 있다.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식이 다 다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답답하지..다양성의 인정 측면에서 이해는 하는데 서운하고 답답하고 그런 느낌은 잘 지워지지 않는다.


변화

사귀고 2달쯤 지났을 때였나. 그녀가 서서히 변했다. 여자사람친구와 연락을 하면 질투를 하고, 길거리에서 여자만 쳐다봐도 화를 냈다. 친구들이랑 놀거나 약속이 있을 때 연락을 자주 안 하면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녀를 변화시켰던 걸까? 왜 갑자기 변했냐고 물어봤다. "좋아하니깐 그렇게 되네... 예전에 사귀었을 땐 그런 걸 못 느꼈는데 말이야" 아... 그랬구나.. 그랬구나..


원래

'원래'라는 말은 진짜 없는 말인가 보다. 원래 연락을 잘 안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좋아하지 않는 거겠지. 원래 질투를 잘 안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좋아하지 않는 거겠지. 원래 자주 만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만큼 좋아하지 않는 거겠지. 좋아하면 다 똑같다. 자주 보고 싶고, 질투 나고,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하고 말이다. 사람은 경험적 사고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녀와의 연애를 통해 원래 그런 사람은 없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원래 연락을 잘 안 하는 사람은 없다. 원래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원래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다고 해도 만나지 않을 거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초조해지는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강선생과 대화하고 싶다면?

강선생에게 문의를 하고 싶다면?

카카오톡 ID : @kangsunseng


강선생의 브런치 : http://www.brunch.co.kr/@kangsunseng

강선생의 블로그 : http://www.blog.naver.com/miyakekgy

강선생의 페이스북 : http://www.facebook.com/kangsunseng


나를 알기 전보다

나를 알고 난 후에

당신의 삶이 더 좋아지기를

Ten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프로필
팔로워 1.4만
매거진의 이전글#그 장면은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