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어봐야 알고, 결혼해 봐야 안다

2016년 1월 3일

by Ten

8년 만에 대학교 여자 후배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연히 연애 이야기도 있으리라. 가장 미묘하고 즐거운 주제 거리 아니겠는가?


예전에 대학생 시절에 조모임에서 알게 된 여자 후배가 있었다. 오늘 만난 후배는 아니다. 예쁘장하게 생겼고, 싹싹하고 사교성이 좋아 내심 관심이 있긴 했다. 안타깝게도 남자친구가 있었기에 그냥 괜찮은 여자라고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그 후배도 싱글이 되었고, 마침 서울대에 괜찮다고 생각했던 친구 놈도 싱글이 되어 주선을 해주게 되었다. 정말 괜찮은 후배라고 생각했던 여자와 괜찮은 친구라고 생각했던 남자를 주선했기에 선남선녀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게 왠열!! 상상치도 못하게 친구의 입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야, 내가 했던 소개팅 중에 최악이었어. 완전 도도해서 공주대접 받으려고 하고 밥 먹고 나서 커피 살 생각도 전혀 안 하더라" 뭐, 여자가 커피를 안 살 수도 있지만서도 내가 알던 후배는 전혀 그럴 애가 아니었기에 좀 놀라웠다. 역시 친구나 선후배로 만날 때와 이성으로 만날 때는 상당히 다르구나 라는 걸 인지하게 된 사건이었다.


후배도 비슷한 연애를 거쳐왔다고 한다. 상남자 스타일의 남자친구와 수년간 오랜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고 그 기간 동안 다정다감하게 친구로 지내줬던 남자사람친구와 사귀게 되었다는데... 참..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다르다고.. 정복 욕구가 있는 남자인 줄 누가 알았을까?

다정다감은 마음을 얻기 위한 인위적인 모습이었고 실제 본모습은 무뚝뚝하고 개인주의이며 가부장적인 남자였달까?


다정다감한 사람이란 게 연락을 자주 한다거나 챙겨주는 그런 행동적인 측면은 아닌 거 같다. 다정함이라는 진정성과 마음을 따뜻하게 전달해주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사귀어보기 전까진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남자인 줄 알았다고 하니, 사람 속을 알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이성적으로 괜찮은 사람인지는 사귀어봐야 진짜 모습을 알 수 있고, 배우자로서 좋은 사람인지는 결혼해 봐야 알 수 있고, 좋은 부모인지는 애를 낳아봐야 알 수 있나 보다.


근데 잘못 만나면 피해가 너무 크다는 게 참 슬프다. 깊은 관계를 맺기 전에 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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