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어느 날
20대를 지나 30대 중반으로 가면서 많은 일을 보고 듣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이혼이다. 그 전에 결혼 얘기를 듣긴 했다. 일단 결혼을 해야 이혼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일반적인 생각을 하는 남자가 아니라서 이혼에 대한 내 생각이 얼마나 공감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흐규흐규
[문제는 쌍방]
모든 문제는 한쪽 이야기만 들어선 사실을 알기 어렵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양쪽 모두에게 잘못이 있는 게 진실이다. 혹 배우자에게 맞아서 이혼한 사람에게 뭔 잘못 있냐고 한다면, 그런 배우자를 고른 잘못이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 지인들의 이혼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쁜 XY, 나쁜 XX 같으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
[콩깍지가 문제인가? 아니면 속는 건가?]
연애할 땐 왜 병맛같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걸까? 결혼 전에는 그렇게 잘해주고, 듬직하고, 애교 부리고, 착해 보이던 그 사람이 결혼 후엔 왜 이렇게 달라지는 걸까?
의사 놈은 병원 간호사와 불륜을 일으키고, 평범한 직장인 놈은 배우자를 마구 쥐어패고, 군 휴가 나와서 임신시켜 결혼한 대학생 놈은 친정에 돈을 요구하질 않나, 직장 일을 해야 되는데 5분마다 외롭다고 징징거리질 않나, 화난다고 화장실 거울을 깨질 않나, 싸우다가 열 받아서 멀쩡한 주차된 차를 발로 차서 파손시키질 않나...
남의 일이 아니다. 미즈넷이라는 서비스를 보면 실제 일어나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수두룩 하고, 사랑과 전쟁이라는 막장 재연 드라마도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언제든지 나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란 거다.
여러 번의 연애를 하고 헤어지면서 느꼈던 거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그 당시에 콩깍지가 쓰여있어서 상대방의 본성을 몰랐던 걸까, 아니면 상대방이 그 본성을 숨기려고 노력했던 걸까? 내 콩깍지 때문이라고 해도 걱정이고, 상대방의 노림수라고 해도 걱정이다. 둘 다 벗어나기가 참 어렵다. 이런 젝슨!
[실수는 누구나]
그래서 사람을 잘못 선택한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같다. 잘못 선택한 대가로 배우자에게 맞기도 하고, 바람을 당하기도 하고, 온갖 구박과 집착에 시달리기도 하고, 빚더미에 앉기도 하고 말이다. 근데 그런 실수는 나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신이 아닌 이상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느냔 말이다. 그런 능력이 있다면 떼돈을 벌겠다.
그런 실수의 해결책이 결국엔 이혼이 되는 거겠다. 그래서 이혼이란 건 큰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모두 다 실수할 수 있으니, 실수를 바로 잡고 다시 시작하면 되니 말이다. 이혼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결혼은 빨리 헤어 나오는 게 답이지 않을까?
[미친 결혼 말고 즐거운 결혼으로]
결혼하지 말라는 사람들 보면 다들 가정 내에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없는 부부가 어딨을까마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맞지'않는 사람들끼리 결혼을 했다는 게 아닐까 싶다.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외곽에서 살고 싶은 남편과 강남군에서 아이를 교육시키려고 하는 아내가 있다면 서로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명예와 권력을 갖고 싶어하는 남편과 소소하게 가족끼리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픈 아내가 있다면 이 또한 많은 갈등을 빚을지도 모른다. 결국 결혼이 미친 짓이 되지 않으려면 서로 '잘 맞는' 사람끼리 만나야 하는거다.
[서로 맞는다는 것은]
맞는다는 것은 서로의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거겠지만, 현실적인 경제력은 무시 못하는 필수조건이긴 하다. 다만 여기서 최소한의 경제력의 정도가 어디까지냐는 서로 맞는다 안맞는다의 척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가치관과 욕구가 있는지에 대해 정립이 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사람과 만나더라도 잘 맞지 않는 관계가 될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잘 맞지 않는 사람과 결혼 한다면 결혼은 미친 짓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잘 맞는 사람과 결혼 한다면 결혼은 축복이 될 것이다.
결혼 후에 자유가 없다고 불평하는 친구도 있었고, 꼴보기 싫다고 권태기가 온 신혼부부도 있었다. 또 다른 커플은 결혼 후에도 설렌다고 하기도 했고, 이 사람을 만나서 너무 축복이라는 부부도 있었다.
그러니깐 베스트는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즐거운 결혼생활을 하는 거고, 실수로 미친 결혼을 하게 되었다면 쿨하게 이혼으로 나가는게 즐거운 인생의 지름길이 되겠다.
이혼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미친 결혼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