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나는 장난을 좋아한다. 장난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조금(?) 강한 말장난을 종종하곤 한다. 그 장난은 셀프디스도 있고, 상대방에 대한 디스도 있고, 19금 말장난도 있겠다. 그리고 연애 중에는 일부러 질투를 하기도 하고, 일부러 화난 척하는 장난도 치곤 한다. 그러다가 훅가는데도 말이다.
여자친구가 약속 시간에 늦었다. 화장하고 꾸미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운동하느라 걸어오느라 늦었다는 데, 기다리다 보니 겁나 추웠다. 연극도 보러 가야 하는데 시간도 촉박해졌다. 물론! 전혀 화는 나지 않았다. 근데 그걸 꼬투리 잡아 장난을 치고 싶고 놀리고 싶고 우려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아직 내가 철이 덜 든 걸까?
누군가 좋아하면 괴롭히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본성일까? 자꾸 건드리고 싶고, 뭔가 일을 만들고 싶고 그런 괴짜스러운 장난심 발동.....
결국 그렇게 장난을 치고 우려먹다 보면 신기한 일이 발생한다. 화를 내는 듯 연기를 하면 어느새 내 속에 진짜 화가 나는 걸로 착각을 하게 되는 거다. 장난으로 화 내다가 진짜 화를 내고 있다. 그리고 여자친구도 첨엔 미안하니깐 넘기다가 자꾸 그러니깐 진짜 삐진다. 그러면 난 또 적반하장이냐며 진짜 감정을 상해한다. 그렇게 예능에서 다큐로, 장난에서 분노로 변해가곤 한다.
결과는 우스꽝스럽다. 어느 순간 '이게 뭐지?'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사과를 하기에도 애매해 진다.. "장난이었어. 미안해"라고 하기엔 너무 멀리 온 느낌이랄까? 그렇게 뻘쭘 뻘쭘 있다가 서로 감정이 풀려서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면 다행이다. 너무 멀리 가서 한 사람이 전혀 화가 풀리지 않으면 너무 억울한 일이다. 장난 하나로 풍비박산 나는 꼴이라니.. 흐규흐규..
다행히 난 여자친구가 늦었다고 해서 장난을 치지 않았으니 싸울 일도 없었다. 내 장난심이 발동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괜스레 질투심을 유발한다던가, 자극적인 장난을 쳤다가 본전도 못 찾고 하루 종일 빌어야 하는 상황은 심장 쫄깃한 일일 테니 말이다.
장난도 좋아하니깐 치고 싶다. 건드리고 싶고, 웃기고 싶고, 놀래키고 싶고, 당황한 모습을 보고 싶고.. 그런 철딱서니 없는 남자랄까? 그래도 그 장난이 다큐나 분노로 넘어가지 않도록 수위는 조절해야겠다. 몇 번 장난쳐 보고 상대방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감정이 상하고 싫어하는지 파악하는 건 센스겠지? 하지만 난 센스가 없나보....
아.. 장난치고 싶다.
(어제 종일 빌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