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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n Mar 04. 2016

#이 버스가 내 버스다.

2016년 3월

 작년 쯔음에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소개팅을 받은 적이 있다. 소개팅 후, 사귀진 않고 몇번의 만남을 가졌었는데 빨라도 8시간 후에나 연락이 되는 분이라 꽤나 힘든 관계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썸남이라 12시간 정도 걸려서 연락이 되는거고 동성 친구들한텐 24시간은 되야 연락이 된다나 뭐라나.. 숨막혀...@_@


 그렇게 힘든 만남을 몇번 가지다가 그녀가 결판을 내려 주셨다. 은총을 내리신건가봉가

생각을 좀 해봤는데요..죄송해요.
좋은 분 만나시길 바래요.


 감정이 생길 시간도 없었으니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그렇게 그녀와 관계를 종결지었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동성친구한테도 연락을 잘 안하는 그녀가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여자친구에게 "강선생.. 여자친구 생겼네..."라고 하며 아쉬워 했다고 한다. 자기가 그동한 소개팅한 남자 중에서 내가 제일 괜찮았다며 말이다. 아~ 여자의 심리는 참 오묘하다. 지나간 인연의 카톡을 보며 아쉬워 하는 심리는 뭘까?


 수년 전에 한 여자 팀장님에게 결혼과 인연에 대해 여쭤본 적이 있다. "언제 남편분이랑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로맨틱한 답변을 기대하고 물은 거였지만 답변은 의외였다. "내가 20대 초반에 남편 만났으면 결혼 안했을거야. 결혼 할때 쯔음에 내 옆에 있는 남자가 이 사람이었고, 좋은 사람이라 결혼 했지"


크하~ 결국은 타이밍이구나. 지금 여자친구를 내가 20대 초반에 만났다면 사귀지 못했을 거다. 20대 초반의 나는 많이 미성숙 했고, 인내심과 관용도 없었으며, 생각도 짧았으니 말이다. 그런 나를 사랑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의 나이기에 타이밍이 맞아 지금의 여자친구와 잘 만나게 된 것 같다.


 매시간 매초 나는 달라지고 매시간 매초 상대방도 바뀌어 간다.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시기와 누군가가 내게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시기가 맞는 그 순간, 그게 타이밍이다.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시기 말이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오는 버스가 내 버스다. 아직 오지 않은 버스는 올거란 기약이 없으며, 지나간 버스는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내 전용 버스를 바로 타게 됐고, 지금은 버스기사와 단둘이 여행 중이다. 지금 탄 버스가 내 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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