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한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다. 안 했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까? 칼퇴를 할 때는 동네 공원 트랙을 돌곤 했는데 안 간지 수개월이 된 듯하다. 오늘은 마침 여유가 있어서 운동복을 입고 처벅처벅 공원 트랙으로 향했다.
문득 그 녀석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함께 다니고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연락하고 친하게 지내던 동네 친구인 그 녀석 말이다. 그 녀석과 함께 종종 대방동에 있는 공원에서 조깅을 하곤 했다. 집이 워낙 가까워서 새벽에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 놓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트랙을 걷는데 문득 그 녀석이 떠올랐다.
그 녀석이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는 중에도 종종 연락이 오곤 했다. 동네 산책이나 하자고 말이다. 초기에 발견하여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기에 그 연락이 종종 귀찮을 때가 있었다. 야근하고 9시, 10시쯤에 버스에서 연락을 받았다거나, 다 씻고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연락이 올 때가 그랬다. 그래서 오늘은 피곤하다며 다음에 운동하자고 거절한 게 생각해 보니 한두 번이 아니었던 거 같다.
그리고 지금은 그 녀석은 이 세상에 없다. 작년 말에 소리 소문 없이 저 세상으로 떠났다. 그렇게 친했던 나도 그 녀석의 마지막을 갑작스럽게 듣고 보낼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걷는 트랙을 보니 문득 그 녀석 생각이 났다. 그리곤 울컥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이제 없구나...
이미 지난 일이지만 이렇게 될 줄을 알았더라면 그 녀석의 연락을 한 번이라도 더 신경 써서 받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으니 말이다. 많은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의 의미를 친구의 죽음으로 깨닫게 되었다니 슬프기도 하다.
그렇게 저 세상으로 떠난 친구가 문득 생각났다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떠올랐다. 지금은 옆에 없는 게 상상도 안 되는 내 배우자가 될 그녀 말이다. 너무나 믿는 그녀기에 가끔 너무 익숙해지거나 소홀해질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다시 그 녀석이 떠오른다. 있을 때 잘하자.
가끔 너무 피곤할 때는 그녀와의 약속보다 그냥 집에서 쉴까 라는 생각이 살짝, 아주 살짝 들기도 했다. 그런 나를 또 반성하며, 오늘 하루가 마지막 인 듯 항상 최선을 다해 사랑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왠지 그 녀석이 "결혼해서 제발 좀 잘 살아"라고 말해주려고 오늘 나에게 찾아왔나 보다.
고맙다 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