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초등학생 시절이었나? 티브이에서 물을 사 먹게 될 수도 있다는 황당한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 물은 끓여 먹는 것이었고, 보리차가 아주 보편적이었다. 약수도 떠다 먹기도 했고, 물은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생수라는 것이 나와서 물을 사 먹을 수도 있다는 뉴스를 봤으니 만우절인가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수를 사 먹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약수는 이제 먹기에 뭔가 찜찜해졌고, 정수기는 보편화됐다. 생수도 비싼 생수와 저렴한 생수로 나뉘었다. 생수를 사 먹는 게 말이 안 되는 세상이었다가 지금은 생수를 안 먹는 게 튀는 세상이다.
얼마 전에 기사를 보니 공기를 구매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무슨.. 우라질.. 말도 안 되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예전에 물을 사 먹을 수도 있다는 뉴스에 열폭했던 기억이 났다. 그렇게 물을 오염이 됐고 생수를 사 먹게 됐다. 공기도 오염이 돼가고 있으니 결국 수년 안에는 산소를 사 먹게 되는 날이 올 것 같다.
살아가다 보면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나도 컨트롤이 안되는데 다른 사람을 어떻게 알 것이며, 천재지변은 어떻게 알 것이냐 말이다. 당연했던 물을 사 먹는 일과 당연했던 공기를 사 먹게 되는 게 그저 커머스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동일한 구조로 생각해보면 지금 현재 내가 살아가는 데 너무나 당연한 게 너무나 많다. 내가 부모님 결혼식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태어날 때부터 나에겐 부모님이 있었다. 부모님이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곧 결혼이지만 지금도 너무나 좋은 장인어른, 장모님이 계시고, 너무나 잘 맞고 사랑스러운 예비아내가 있다. 10년 넘게 잘 지내고 있는 대학 동기들이 있고, 앞으로 언제까지 다닐지는 모르지만 월급 꼬박꼬박 받고 있는 회사에 다닌다. 그리고 시력은 나쁘지만 두 눈도 멀쩡히 있고, 팔다리도 멀쩡하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인데 이게 왠지 과거에 당연하게 먹던 물 같고, 지금 숨 쉬고 있는 공기 같다는 느낌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참 너무나도 감사한 것들이다. 나중에 비용을 지불하게 돼서야 '아.. 이게 정말 귀중한 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게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떠나야 알게 되고, 물건이라면 없어져야 알게 되고, 자연이라면 훼손되거나 희귀해져야 알게 되는 거다. 결국 인간은 죽방을 한 대 맞아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알게 되는 건가 싶다.
그런 점에서 내가 지금 당연하게 잘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나중에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전에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해 감사해하고, 지금처럼 유지하기 위해 미리 노력하고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내 팔다리와 내 오장육부에 감사하며,
우리 부모님에게 감사하며,
우리 장모님, 장인어른께 감사하며,
나의 피앙세에게 감사하며,
공기와 물을 아끼고,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렇게 글 쓰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독자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또 뭔지 모를 당연하고 익숙한 것들에 감사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