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이 있나봉가

만인의 연인은 없다

by Ten

신혼여행으로 몰디브를 갔다. 몰디브란 특성상 함께 이동하는 분들의 대부분이 커플이었다. 자연스레 커플들을 많이 보게 됐는데 신기한 게 참 많더라. 우선... 결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정말 닮았다. 결혼하면 닮는다더니 그게 아니라 닮은 사람에게 이끌려 결혼을 하는 것 같다. 몰디브로 떠나는 붕어빵 커플들을 보며 아내와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왠지 모르겠지만 화목하고 행복해 보이는 커플을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아내는 나와 첫 연애를 하였고, 결혼을 했다. 그래서 비교 대상이 없다. 움하하~ 그냥 내가 좋단다. 5살 차이가 나니 나이빨로 인해 멋있어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뭐 어찌 됐든 내가 좋고 생각이 바르고 멋있다고 하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종종 서로에게 이렇게 가치관이 잘 맞고, 삶을 바라보는 방향이 잘 맞는 사람이 어딨냐며 천생연분, 참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했다고 웃음 짓기도 한다.


아내는 지금의 나를 참 좋아한다. 흘러가는 대로 살려고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현실에서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항상 이상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좋단다. 그렇게나 날 많이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니 문득 옛날 기억들이 떠오른다.


상대방의 생각이 궁금해서 질문을 하고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아내는 이런 대화를 남편이랑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똑같은 상황에서 예전에 소개팅을 했던 여자분께서는 면접 본 거 같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된장.. 생각하니 또 당혹스럽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아내는 역시 오빠는 생각이 다르다며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똑같은 상황에서 예전에 소개팅 했던 다른 여자분께서는 자기를 가르치려 드는 것 같아 싫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된장..


허세와 사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웬만한 거는 잘 사지 않고 많이 아끼는 편인데(데이트 비용도 가성비를 따져가며 쓴다) 아내는 나보다 더 검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이런 남자 없다고 말해주며 좋아한다. 똑같은 상황에서 예전에 만났던 분들은 쫌팽이라며 왜 이렇게 돈을 안 쓰냐는 말을 들었다. 이런 된장..


저번 주에 했던 결혼식에서도 우리는 180~200만 원 정도로 모든 결혼식을 마쳤다. 물론 신혼여행비는 제외하고 말이다. 예물/예단/폐백/스튜디오 촬영/메이크업/주례를 모두 생략했다. 결혼식도 17분 만에 모두 완료됐다. 아마 다른 여자였으면 엄청 화내고 이게 무슨 결혼식이냐고 노발대발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는 수백, 수천을 쓴 다른 커플들 못지않게 예쁘게 결혼식을 마쳤다. 축가로 가수까지 부르면서 말이다. 결혼식은 형식적인 것일 뿐이고, 결혼 이후에 함께 하는 생활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서로 맞았기에 가성비 끝판왕 결혼식이 진행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지금의 아내는 이런 나를 너무 좋아해주지만 다른 여자들은 나를 그렇게 좋아해주진 않았다. 다 짝이 있기 마련이다. 짚신은 짚신과 짝이 맞고, 운동화는 운동화끼리, 힐은 힐끼리 만나야 즐겁게 만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고급 운동화라도 힐과 짝지으면 안 맞기 마련이다.


더 넓게 생각해보니 결혼할 때 양가 부모님 간에 궁합도 잘 맞아야 할 것 같다. 예물/예단/폐백도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는 게 양가가 잘 맞았기에 생략할 수 있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모님 간 다툼으로 파혼하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지... 우리 양가 부모님은 그런 게 맞아서 잘 진행됐지만 예물/예단/폐백 등을 중요시하는 부모님을 만났다면 얼마나 골치가 아팠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 누가 옳고 틀리고는 없지만 서로 맞지 않으면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멋있는, 예쁜 연인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절대적으로 멋있고 예쁜 사람은 없다. 나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천생연분이 아닐까 싶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고 존중해 주는 사람, 더 욕심낸다면 양가 부모님까지 서로 잘 맞는다면 최고의 천생연분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32년 만에 온갖 시행착오 끝에 만난 내 아내에게 너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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