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미국에서 결혼한 친구(여자 사람)가 고민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남편이 잘 삐치고, 삐치면 한두 달 가는데 지금이 삐친 상태란다. 보통은 여자들이 삐쳐서 남자들이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지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내 친구들은 뭔가 죄다 독특하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일반적이진 않...
보통 인터넷 가십적인 연애의 기술 글을 살펴보면 삐친 연인 풀어주는 법이라고 로맨틱한 이벤트들이 나오는 데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하나하나 독특한 개개인의 인간을 너무 쉽게 보고 만든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뭐, 내가 생각하는 방법도 경험적 사고에 갇힌 강선생이라는 사람이 정리한 방법이라 똑같이 그다지 일 수도 있겠지만 삐친 그놈을 어떻게 풀어줄까 친구로서 고민하는 김에 생각을 정리해 본다.
[믿는 사람]
상처를 주는 사람은 내 주변 사람이다. 모르는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상처를 주지 않는다. 내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일수록 내가 상처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방이 삐진 건 그만큼 나에 대한 의존과 믿음과 기대가 높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이런 노래도 있지 않은가? 사랑하기~ 때문에~
그래서 가장 먼저 상대방이 삐진 건 큰 관점에서 보며 날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전제로 시작을 해야 하지 않을까?
[파악]
그리고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을 파악하는 거다. 파악하면 좋겠지만 우린 신이 아니기에 추측밖에 못한다. 그래서 대놓고 물어보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네가 감정이 상하거나 삐치거나 화나면 어떻게 해줘야 풀려?
단, 이건 상대방이 아주 기분 좋은 상태일 때 미리 확인해야 한다. 화났을 때 어떻게 해야 화를 풀겠냐고 물으면 "됐어!"라는 말 밖에 듣지 못한다.
미리 상대방의 풀림 포인트를 파악하면 좋은 점이 있다. 상대방이 어떻게 하면 풀리는지 알기에 대처가 가능하고, 상대방도 이미 공유를 했기 때문에 그 말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나는 삐치면 일단 나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편이야. 그러니깐 날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면 내가 알아서 생각 정리가 돼. 생각하고 있는데 막 얘기하고 대화하려 하면 짜증이 나"라고 들었다면 상대방이 갑자기 말을 안 하고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음.. 뭔가 삐쳤군..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하면서 시간을 가지고 뭐가 문제였는지 시간을 벌며 고민하면 된다. 위에 말했듯이 상대방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저 순간 당황해서 계속 물어보고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 불 난데 기름을 붓게 된다. 상대방도 본인이 그런 말을 했기에 상대방이 기다려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본인이 알아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다.
[다양성]
파악을 하게 되면 깨닫는 게 있다. 사람마다 풀림 포인트가 너무 다양하다는 거다. 그래서 연애의 기술 따위(?)의 스킬들이 100% 다 적용이 안 되는 거다. 화를 막 내다가도 치킨을 사주면 풀리는 사람이 있고, 안아주면 풀리는 사람이 있고, 잠자코 들어주며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알아서 풀리는 사람도 있다. 너무나 다양하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이 어떻게 해야 감정이 빨리 풀리는 지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함께]
애매한 상황이 있다. 어떻게 해야 감정이 풀리는지 물었는데 모르겠다는 답을 들을 때다. 하긴 이해가 간다. 의외로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가 않다. 뭘 좋아하는지, 왜 화가 나는지, 어떻게 해야 풀리는지에 대해서 잘 모를 수 있다. 이럴 땐 함께 찾아가 보자며 대화를 하면 된다. 이것 또한 삐쳤을 때 같이 헤쳐나가 보자는 합의를 하는 것이기에 방법을 잘 찾지 못해도 서로 인지는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랑은 모르는 사람이 만나서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반대로 삐치는 사람이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초입에 말한 대로 사랑하기 때문에 삐친 거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서로 행복하려고 만나는 거고, 즐거우려고 만나는 거다. 삐친 걸로 인해 관계가 서먹해진다면 뭔가 방향이 어긋난 거다. 그걸 알아차리면 삐치는 게 내가 원하는 관계의 방향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게 되고 감정이 금방 풀리게 된다. 그러니 순간 삐치게 되면 서운함을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훌훌 털어버린 후 다시 신나게 사랑하고 즐겁게 지내는 게 장땡이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