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다양한 생각
대학생인 케이는 오래 전 관심있게 지켜봤던 리나와 연락이 되서 마음이 설렜다. 리나를 처음 본 건 대학 전공 수업이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리나는 다른 학교에서 학점 교류로 왔던 학생이었다. 핑크색 킬힐에 섹시한 화장까지 완벽했던 리나는 케이를 한 눈에 사로 잡았었다. 케이는 용기내서 리나에게 번호를 물어봤고, 문자로만 드문드문 연락하는 친구로 지내다가 몇 년 뒤에야 저녁 같이 하자고 약속이 잡힌 것이었다. 둘 다 취업 준비생이라 취업 얘기 도중 저녁 약속이 잡힌 것이었지만, 불타오르는 청춘 남녀이기에 연인으로 발전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렇게 만난 케이와 리나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돈까스 전문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다.
케이가 말했다.
“다 먹었지? 차 마시러 가자”
그리고 둘은 계산대로 향했다. 그런데 아무도 계산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살짝 당황한 리나가 말했다.
“내가 내?”
만나기 전에 분명히 리나가 저녁을 사겠다고 했기에 그 질문이 이해가지 않았던 케이는 무슨 질문이 그러냐는 듯 답했다.
“네가 저녁 산다며. 내가 차 살께”
그러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리나가 말했다.
“왜 여자 친구 없는지 알겠다”
다소 웃픈 이야기다. 찰스는 왜 여자친구가 없던 것일까? 혹자는 “아니, 여자가 먼저 저녁 산다고 했으면 당연히 사야지. 딴 소리 하는 건 뭐야?” 이렇게 말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둘 사이의 맥락을 캐치하지 못하고, 찰스와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한 것이다. 리나가 저런 말을 했다는 것은 찰스와의 만남을 단순 친구와의 약속이라기보다는 어느정도 이성 관계로도 생각했다는 것이다. 꼭 남자가 저녁을 사야한다는 법은 없지만, 보통 데이트를 하면 남자가 저녁을 사고, 여자가 차를 사는 경우가 많다보니 리나도 그런 프로세스를 기대했을 수 있다. 그렇게 어느정도 데이트라고 생각했던 여자에게 남자는 저녁을 사겠다고 한 약속은 지키라고 하니, 설레는 감정이 와창창 무너진 것은 당연하다.
여자 친구가 없는 이유? 간단하다. 여자의 마음과 기대하는 바를 전혀 캐치 못했기 때문이다. 찰스와 같이 눈치 제로인 남자라면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란 감정은 ‘이렇게 말했으니 저렇게 해야 해’와 같이 논리적인 방식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다투고 난 뒤, 여자 친구가 “연락하지 마!” 라고 했다고 정말 며칠 동안 아무 연락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남자건 여자건, 보이지 않는 부분을 센스있게 어루만져 주는 사람이 매력적이기 마련이다.